정서적 불안감·우울감, 수면부족 등에 따른 주관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매 전조증상으로 오해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지난해 1~11월 병원에서 편두통 진단을 받은 65세 이하 성인 환자 188명의 인지능력을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와 한국형 몬트리올 인지평가(K-MoCA)로 측정·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 중 84명(44.7%)은 기억력·언어능력·관리기능 3가지 영역에서 본인 스스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그룹’에 속했다. 나머지 104명(55.3%)은 인지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두 그룹의 몬트리올 인지평가 점수는 평균 27.5점으로 같았다. 간이정신상태검사 점수도 평균 28.9점과 29점으로 사실상 같았다. 주관적 인지기능 감소를 호소한 65세 이하 편두통 환자들도 실제 인지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다만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편두통이 더 심한 경향이 있었다.
주관적 인지감소를 보인 편두통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 그룹보다 더 불안·우울해 하고 수면의 질이 나빴다. 주관적 인지감소 그룹의 불안검사(GAD-7), 우울검사(PHQ-9), 수면질평가(PSQI) 점수는 평균 8.2점, 10점, 10.6점으로 그렇지 않은 그룹의 5점, 5.7점, 8.5점보다 높았다.
조 교수는 “주관적 인지감소는 고령에서는 치매의 위험인자로 고려되지만 편두통 환자의 경우 정서적 불안·우울감, 수면시간 부족과 관련된 문제일 수 있으므로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편두통은 일정 시간 이상 중등도 이상의 두통이 머리 한쪽에 나타나거나 박동성 통증과 구역·구토 등이 동반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주로 젊은 성인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불안·우울, 수면질 저하, 간질·뇌졸중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여성의 9.2%, 남성의 2.9%가량이 편두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두통과 통증’(The Journal of Headache and Pain)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