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느 때보다 주식이 화제다.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가 6년 만에 지루한 박스권을 돌파하며 2,500선을 뚫을 기세다. 잠시 주춤했던 삼성전자는 다시 가속 엔진을 밟으며 어느새 주당 260만원을 넘었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월급으로 삼성전자 주식은 살 수 있어야 좋은 직장이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세금을 제하고 삼성전자 1주를 사려면 연봉 기준 4,000만원은 돼야 하니 얼추 눈높이를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롭게 임명된 관료들도 올해는 유난히 주식에 관한 이슈가 많다. 재산 현황이 공개되자 청와대에서는 ‘주식 부자’들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93억1,962만원의 재산에서 유가증권이 53억7,005만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본인과 배우자가 삼성전자·현대차·SK텔레콤·LG전자·네이버 등 주로 대기업·우량주 위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 역시 50억원에 가까운 재산에서 배우자가 8억5,000만원가량의 주식을 신고했다. 소액주주운동을 하고 사회에 비판적인 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식 투자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유정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임명됐다가 주식 투자 논란에 자진 사퇴했다. 불과 1년6개월 만에 보유 주식 가액이 12억원 이상 증가해 의심을 샀고 특히 비상장사인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만 5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남겨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스스로 물러났지만 금융감독원이 주식 거래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유독 고위공직자들에게 청렴함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다 보니 주식 투자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서고는 한다. 돌려 말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주식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여전히 주식은 투자보다 투기의 산물로 여긴다는 점이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저축만 꼬박꼬박 해도 재테크가 가능했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고작 2%대 예금 금리로는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잡기도 버겁다. 건물‘주님’을 꿈꾸지만 실상은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것이 주식이다. 직접 투자도 있지만 간접 투자 상품도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식으로 하는 투자는 내가 하면 대박이 나야 하는 한탕주의로 접근하고 남이 해 성공하면 투기로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탐욕으로 시작한 투자는 쉽게 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불법이 아닌 이상 투자에 도덕성을 들이미는 것도 우습다. ‘이유정 파동’은 확실하게 진위를 파악해야 하지만 앞으로 고위공직자 결격사유에 주식 투자가 포함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주식 투자 자체로 그를 ‘유정버핏’이라며 비꼬기만 할 일은 아니다. 주식 투자는 금융시장을 살찌우고 기업의 성장도 돕는다. 원칙을 지킨 투자로 얻어지는 수익까지 비판해서는 안 된다. 건전한 주식 투자까지 비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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