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돈줄 조이는 연준, 셈법 복잡한 한은

경기·北리스크 여전히 안갯속

1,400조 육박 가계빚도 부담

금리인상 신호 이미 보냈지만

최적타이밍 놓고 고민 깊어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면서 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은이 금리를 올릴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와 물가 상승세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북한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빚 부담은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한 데 대해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긴축 기조에 발맞춰 한은도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경기와 물가의 경로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북한 리스크의 전개 양상도 지켜봐야 해 셈법이 복잡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인상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이 총재가 지난 6월부터 금리 인상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경기회복세 지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사드 갈등에 북한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꺾이고 있는 소비심리와 취업자 수 증가폭은 그 단면이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물가도 상승세가 더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올랐지만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라가지 않았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 흐름이 꺾이고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금리 인상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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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은의 금리 인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계대출의 비은행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나면서 금리 상승으로 취약차주가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이하연 BN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추석 이후로 발표가 연기된 가계부채 종합대책 효과를 보면서 금리 인상에 신중할 것”이라며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냥 내버려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연 1.25~1.5%) 한은은 동결 행진을 이어갈 경우(연 1.25%)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은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 확대도 통화정책의 고려요인이 될 것이지만 그것만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준금리 차이만으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은 한은도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미국 금리 인상보다는 북한 리스크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가 더 심각하다”며 “한은 기준금리 인상보다 미국·일본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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