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오른팔 왕 서기가 5년 만에 칼을 내려놓는다.”
지난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기 집권 시작과 함께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발탁돼 부패 청산의 선두에 나섰던 왕치산(69)이 다음 달 18일에 열리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1일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그의 부패 청산 칼잡이 역할을 맡았던 왕 서기가 이번 당대회에서 서기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으며 당대 최고 지도부이자 중국 정가의 ‘황제집단’으로 불리는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서도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이 지난 5년 집권 1기 동안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고 절대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을 선두에서 지휘한 인물이다. 올 7월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의 낙마를 주도한 것도 그로 알려졌다.
중국 정가에서는 왕 서기의 잔류 여부를 놓고 각종 관측이 난무했지만 최근에는 왕치산을 유임시키려 한 시 주석이 상하이방과 공산주의청년단파 등 반대 세력의 견제에 부딪혀 사실상 왕 서기를 기율위 서기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 중지가 모아졌다는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공산당의 7상8하(67세 이상은 유임하고 68세는 퇴임) 관례에 따라 왕 서기가 이번 당대회를 끝으로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작성한 차기 상무위원 리스트에 왕 서기의 이름은 빠져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19일 중국을 방문한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가 시 주석, 리커창 총리뿐 아니라 왕 서기와 회동한 것을 놓고 최근 왕 서기의 잇단 공개활동이 차기 권력 재편에서 그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회동은 리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외교가에서는 차기 중국 지도부 인사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왕 서기가 이번 당대회에서 퇴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시진핑 집권 2기 집권 역학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 주석이 반대 파벌의 견제 도구로 활용했던 반부패 정책은 왕 서기의 퇴장과 함께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반부패 척결 강도를 낮추는 조건은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등 지도부의 근간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채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는 왕 서기를 제외하면 확실한 시 주석 측근이 없지만 만약 이번 당대회에서 그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 주임을 비롯해 저장성 서기 시절 관료 인맥 ‘즈장신쥔’의 대표주자 천민얼 충칭시 서기 등이 상무위원으로 등극하면 집권 2기 시 주석의 절대 권력 체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