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매는 보통 몇 회 유찰된 후에 낙찰 받는 것이 좋은가요?
A.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정기간 동안 낙찰된 경매사건에 대하여 통계를 낸다면 2회차에 매각되는 경매사건이 가장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를 신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몇회차에 입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몇%에 낙찰 받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감정평가란 말 그대로 그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아파트 등과 같이 비교할 수 있는 유사 물건이 많은 경우는 그 시세를 쉽게 알 수 있지만 토지나 상가, 공장 등과 같이 흔히 거래되는 물건이 아닌 경우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입찰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감정평가금액이 시세와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우선, 감정평가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오류에 획일적인 원인은 없지만 실제로 감정평가가 시세에 비해 현저히 높거나 낮게 이뤄지는 사례는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 시점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개시결정이 나게 되면 가장 먼저 법원은 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합니다. 그 물건의 가치를 알아야 매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평가된 감정평가금액은 최초매각가격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매각기일은 보통 감정평가 시점보다 5~6개월 후에 지정됩니다. 감정평가 후에 이해관계인에 대한 송달,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 법정 공고기간 등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절차가 많기 때문인데, 문제는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시세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평가금액이 품고 있는 함정은 또 있습니다. 경매의 목적이 되는 물건 중 일부가 분명 매각대상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물건이고 그래서 감정평가대상에 포함됐지만 낙찰자 입장에선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면 결국 가치 없이 감정평가금액만 올려놓는 셈이 됩니다. 가령 공장을 매각하는 경우 공장에 속하는 토지나 건물에 설정한 저당권의 효력은 그 토지나 건물에 부합된 물건과 설치된 기계, 기구, 그 밖의 공장의 공용물(供用物)에 미치기 때문에(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2조 및 제3조) 감정평가금액에는 토지와 건물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기계, 기구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기계, 기구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라면 감정평가금액 중 기계, 기구에 대한 금액은 제하고 토지와 건물의 가격을 가늠해야 합니다.
이렇게 시세와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감정평가금액을 신뢰하여 입찰했을 때 그 감정평가금액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경우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의외의 수익을 얻는 행운을 잡거나 적어도 패찰에 그치는 정도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감정평가금액이 현저히 높은 경우라면 낙찰과 동시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경매물건은 그 시세를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여 입찰가격을 산정해야 합니다. 감정평가금액에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를 둔다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