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에 속하는 A사 법무팀은 요즘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의 과거 판결을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다. A사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하지만 사건이 대법원에서도 이길 수 있을지를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A사 법무팀의 한 변호사는 “진보 정권에 이어 진보 대법원이 들어서면 기업에 불리한 확정 판결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 수장인 새 대법원장이 진보 판사들의 대표 격이어서 ‘진보 대법원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클 듯하다”고 말했다.
25일 김 대법원장의 임기 시작을 앞두고 사법부의 지각 변동을 우려하는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통상임금, 휴일근로, 사내 하도급 문제 등 노동계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에 대해 대법원을 비롯한 전국 각급 법원에서 노동자의 손을 드는 판결이 쏟아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미 하급심에서는 노사가 다투는 주요 사안에서 근로자의 편에 선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 기아자동차·한국GM 등 완성차 기업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잇달아 패했다. 현대·기아차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2심까지 졌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내년 한 해 동안 대법관 6명이 임기를 맞게 돼 그 자리를 진보 성향의 법조인이 채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혁·노현섭·한재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