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반도체 호황에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물량이 6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 업계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 ‘반짝’ 호조로 자동차 수출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42.29(201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올랐다. 수출금액지수도 17.9% 상승한 124.15였다. 이로써 전년 동기 대비 수출물량·금액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동반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를 품목별로 보면 전기 및 전자기기가 6.6% 올랐다. 특히 우리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D램·낸드플래시 등 반도체가 20.2%, SSD 등 컴퓨터 기억장치가 56% 상승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제조장비를 포함한 일반기계가 15.9%, 반도체 검사장비 등 정밀기기도 19.8% 올라 전반적으로 반도체 훈풍의 힘이 컸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탄 및 석유제품(12%)도 수출 물량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달은 특히 자동차 등 수송장비가 15% 늘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4년 7월(16.4%)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기아 및 한국지엠 등의 파업(244시간)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고,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을 중심으로 완성차 수출도 늘었다. 다만 사드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시장에서의 부품 수출 감소 추세는 지속됐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20.9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올랐다. 유가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36.2%)의 증가폭이 컸다. 전기 및 전자기기(21.8%), 수송장비(15.2%), 일반기계(15.5%) 등 공산품 모든 품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135.82)와 수입금액지수(114.70)도 각각 8.8%, 15.8%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물량지수의 경우 석탄 및 석유제품(-13.2%)이 유가 상승으로 다소 꺾였지만 전기 및 전자기기(18%), 일반기계(19.2%) 등 대부분의 품목이 증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호황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지난달까지 6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일반기계는 업체들의 투자가 마무리됨에 따라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03.32로 2% 올랐다. 또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수출물량지수가 오른 영향으로 지난달 147.01로 10.8% 크게 뛰었다.
최정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수출가격이 오르면서 수출물량까지 같이 늘어 이번달 소득교역조건지수가 높게 집계됐다”며 “최근 수출입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교역조건도 좋아지는 상황이 8월에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