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업지원은 민박집과 같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잔잔하고 소소한 우리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유명한 연예인이 시끌벅적 요란하거나 떠들썩하지 않고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들과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효리네 민박’의 손님들은 민박집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민이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한 번쯤 경험해본 민박은 저렴하며 잠잘 때 필요한 침구류나 취사에 필요한 집기류가 구비돼 있다. 하지만 호텔이나 콘도와 달리 부대시설과 서비스가 결여돼 오는 손님이 사전에 이것저것 챙겨야 하고 스스로 움직여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도 많다. 하지만 민박집의 특징은 주인집 할아버지·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알게 되면서 인간적인 정을 쌓아간다는 것에 있다.

저녁 식사 후 같이 투숙한 다른 손님들과 서로 어울려 인생을 이야기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 바로 민박집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가는 방황하는 외로운 여행자와 같다. 우수한 기술과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이라는 여정을 떠나지만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초기 창업가는 기술 개발에서 사업계획 수립, 자금 확보, 인허가 취득, 직원 채용, 영업과 마케팅 등에 이르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는데 정말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관련기사



주변에서는 창업을 우려하거나 반대할 뿐이라 자기의 꿈과 열정을 이야기하며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업 구상을 이해하고 조언과 검증을 해줄 전문가가 누군지 모른다. 혹시나 잘 알지도 못하는 전문가에게 이야기했다가는 도용당할까 봐 섣불리 접근하지도 못한다.

새롭게 도전하는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다양하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모든 것을 해주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창업자금·청년전용창업자금·창업성공패키지 등 창업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기업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마찬가지이다. 지원사업 모두 창업기업 스스로 챙겨야 할 것이 많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여행지의 ‘민박’과 비슷하다.

중진공은 민박집처럼 기업에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창업가가 믿고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진단을 통해 창업기업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자금·인력·마케팅 등의 연계 지원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더불어 창업가의 고민을 선배 기업인과 이야기하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꾸준히 이행해온 결과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6년 창업지원기업 이력·성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의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에서 연평균 4.1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또 조사 기간 지원기업의 평균 연간 매출은 5억800만원이고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20.7%였다. 2015년 기준 일반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의 2.6배라고 하니 놀라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은 민박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평생 머물 수 없고 머무르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창업가도 일정한 지원을 받은 다음에는 성장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중진공은 창업지원기관으로 창업기업(스타트업)이 자생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으로 떠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스케일업)하도록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여행자들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날 수 있게 하는 민박집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