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말판 - 어머니학교 8

이정록 作

2715A38 시로여는수욜




말판 쓸 사람이 없어.


과부 넷, 홀아비 넷!

윷놀이 편먹기는 쉬워졌어.

온전한 부부가 한 집도 없어.

아파 누워도 대놓고 걱정 안 해.

누구 하나 성한 사람이 없으니께


들릴락 말락 먼 산 건너다보며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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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떠나면 말판 놀 사람 생기겠네.

싱건지처럼 그냥 웃어.

올해도 멍석 같은 한가위 달 둥실 떠오르면 온 국민 귀성말판 쓰느라 고속도로마다 붐비겠지요. 기세 좋게 윷모윷모 달리던 차들 걸걸걸 하다가, 개개개 하다가, 도도도 밀려서 가겠지요. 더러 백도로 유턴하는 사람도 있으려나요? 버스 전용차선 차들은 윷 한 사리, 모 한 사리 씽씽 달려서 고향에 먼저 도착하겠지요. 짝이 맞으면 말판 쓰기 성가시고, 짝이 없으면 말판 쓰는 사람 외로웠나요? 모처럼 말판도 쓰고, 짝도 되어줄 아들 손자 며느리 달려갑니다.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달려갑니다만, 고향이라는 윷밭은 내년에도 기다리고 있으려나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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