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찬성표 90%에도…머나먼 쿠르드 독립

이라크, 독립투표 결과 대화 거부

주변국 반발·국제사회 우려도 커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독립투표가 시행된 25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깃발을 망토처럼 두른 쿠르드족 청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KRG의 수도 에르빌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에르빌=EPA연합뉴스쿠르드자치정부(KRG)의 독립투표가 시행된 25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깃발을 망토처럼 두른 쿠르드족 청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KRG의 수도 에르빌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에르빌=EPA연합뉴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분리독립 투표에서 예상대로 찬성표가 9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쿠르드족 독립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26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은 KRG의 수도 에르빌에서 진행된 KRG 독립투표 초기 개표 결과 찬성표가 90% 넘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전체 유권자 약 534만명 중 78%정도가 투표에 참여해 쿠르드족의 높은 독립 열망을 드러냈다. 공식 결과는 오는 28일 안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번 독립투표를 ‘위헌’으로 규정한 이라크는 KRG의 독립협상에 선을 그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전날 밤 국영방송을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쿠르드족) 독립투표 결과에 대해 논의하거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선거는 위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RG가 국제사회에서 법적 구속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국민투표를 강행한 것은 즉각적 독립이 아니라 선거 결과를 이라크 정부와의 독립 협상에서 활용한다는 구상 때문이었다. 이라크 정부가 협상을 원천 차단하면서 KRG의 독립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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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자치정부(KRG)의 독립투표일인 25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아이들이 이라크 키르쿠크의 한 도로에서 KRG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차량 지붕으로 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키르쿠크=AFP연합뉴스쿠르드자치정부(KRG)의 독립투표일인 25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아이들이 이라크 키르쿠크의 한 도로에서 KRG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차량 지붕으로 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키르쿠크=AFP연합뉴스


독립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중동 지역의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주변국 중 최대인 1,400만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터키는 KRG가 수출하는 원유 송유관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땅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몰아냈듯이 이라크에서도 (군사작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KRG의 독립투표 강행으로 중동지역의 불안정 가능성이 커졌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KRG의 일방적 투표 강행에 깊이 실망했다”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과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논평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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