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가원로회의 의장으로 주 1회 대통령과 독대하고 청와대 홍보수석과는 사제지간이라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지난 2013년 6월 서울 종로구의 K 호텔. 자신을 국가원로회의 의장으로 소개한 80대 남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남성은 “해공 신익희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 재단 자금으로 K대, O대와 Y빌딩 소유권을 가지고 온다”며 사업가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이를 들은 사업가 J씨는 절대 권력을 가진 A씨를 믿고 1,600만원을 남성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80대 남성이 얘기하는 국가원로회의는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원로자문회의’와 이름만 유사한 정체불명의 조직이었고, 그가 곧 취임한다는 해공 신익희 재단은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재단이었다.
사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자신감이 붙은 남성은 같은 해 11월경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서 다시 국가원로회의 의장이라고 속이고 폐동전 물량을 몰아주겠다며 B통신사로부터 1억원을 가로챘다.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은 폐동전선 처리를 위탁받도록 해줄 능력이 전혀 없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양우진 판사는 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87)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양 판사는 “편취 금액이 적지 않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박씨의 건강상태와 피해회복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