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소비자 당국’ 시대 개막... 금투 업계 긴장

금융위·금감원 일제히 ‘소비자 보호 최우선’ 강조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근절이 ‘첫 카드’ 투자과정 녹취 추진

소비자 보호 ‘가욋일’ 취급 금융투자업계 긴장 “규제 강화로는 이어지지 말아야”

국내 양대 금융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일제히 ‘소비자 보호 최우선’을 외치면서 ‘소비자 보호 금융당국’ 시대가 개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각 금융 업권 별 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과 감독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도 숨죽인 채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실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9월11일 취임사에서 “소비자 보호가 금융감독의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한 뒤, 취임 열흘 만인 같은 달 21일 원장 직속으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또 내부 회의 때마다 소비자 보호 관련 과제를 적극 발굴하라고 금감원 임·직원을 채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같은 달 25일 금융위와 금감원, 금융업계 등 관계자를 포함해 소비자 중심 금융 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소비자 중심의 금융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 보험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유독 소비자 보호를 가욋일 취급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가 소규모인 금융사가 많다”며 “심한 곳은 담당 직원 1명을 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컴플라이언스(준법) 관련 부서에 소수의 직원을 배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도 (체계 미흡을) 인지하고 있지만 금융상품 영업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영업 부서의 ‘말발’이 타 부서를 압도하는 것 같다”며 “변화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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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우선 꺼내 든 카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는 방안이다. 투자자가 원하면 금융사 직원의 상품 투자권유 과정을 녹취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서명이나 기명날인·녹취 등의 방법 중 하나로 투자권유 과정에서 충실한 설명이 이뤄졌음을 확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서를 충분히 읽어보지 못하거나 설명이 부실했어도 투자 당사자가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했다면 불완전판매를 증명할 길이 없다. 녹취가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증거’지만 현행법은 투자자가 녹취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기록방식도 금융투자업자가 선택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이른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해 수만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동양증권 사태 때도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금융당국이 진땀을 뺐다고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가치지만 이것이 규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동시에 금융업의 인·허가 심사 등 진입규제는 완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자칫 시장에 혼선을 줄 우려도 제기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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