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는 미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청원을 심사한 결과, 이같이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로 알려져 있다.
ITC의 이날 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강화를 일찌감치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나왔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대상은 삼성과 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전해져 있다.
이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월풀은 양사가 반덤핑 회피를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라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ITC는 이날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를 개최하며,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ITC는 이어 12월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앞서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를 막으려고 노력해 온 바 있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ITC의 ‘피해’(injury)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과 LG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