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정부의 밀실주의…구체적 정보 없이는 토론도 정책도 어려워

기재부, 공무원 채용비용·재정전망 등 함구

삼성이었다면 비용 ‘모르쇠’ 가능할까



“일반 기업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사장 님이구요. 일손이 모자라서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고 밑에서 안을 가져왔는데 비용은 얼만지 모른다, 이러면 무슨 생각이 들겠어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의 말입니다. 무슨 얘기나구요? 공무원 채용에 관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공무원 17만4,000명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언급한 것인데요.


쉽게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정부는 공무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까지는 공개할 의사가 있지만 20~30년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알리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매년 오르는 호봉에 이런저런 수당, 봉급 인상률까지 고려할 게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오차가 많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추정치만 나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뢰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만4,000명씩 9급 공무원을 순차 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30년간 사용되는 인건비를 추계한 결과 총 추가부담은 327조7,847억원에 달합니다. 2000년 이후 공무원 평균 보수상승률인 3.73%를 적용한 경우입니다. 연금만 따져 보면 무려 94조원에 이릅니다.



정부의 밀실주의가 문제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프레임 전쟁에 빠질 수 있다”며 수치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회나 언론의 요구에도 요지부동인데요.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됩니다. 수백조원이라는 말만 이용해 국민들을 선동하는 것을 걱정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앞에 말씀 드렸듯 한번 생각해봅시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께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종업원 하나 더 쓰는데 부담이 정말 많죠. 사실 작은 규모의 밥집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사람 한명 더 쓰자고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점심 시간에 바쁘니까 그냥 일단 뽑아놓고 보자, 이럴 건가요 아니면 한명을 더 썼을 때 비용이 얼마고 그에 따라 음식을 얼마나 더 팔 수 있고, 순익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장 님인 당신은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이렇게 생각해보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공무원을 뽑겠다고 하면서 주인인 국민에게 정확히 돈이 얼마 드는지 설명을 안 하는 것입니다. 5년은 얘기하겠다는데 그 뒤는 모르겠다 이런 식입니다. 주인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화를 내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위에 보고 하러 올라가서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비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는데 “모르겠다” 혹은 “5년 뒤는 알 수 없다”고 하면 그 뒤는 뻔합니다. 삼성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기업에서도 결과는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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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뽑으려면 쉽게 뽑을 수 있어요. 그런데 워낙 정치적으로 이용들 하니까요. 외부(의원실)에서 추정치를 쏟아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정부는 장기 재정전망을 바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복지를 추진해도 40~50년 후에도 나라곳간은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지요. 서울경제신문 보도(나랏빚 100조 차이…장기재정전망 새로 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114941)처럼 내년쯤 내놓을 생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내부적으로는 효용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고 하는군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대로 된 토론이 되려면 정보 공개부터

지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가 제시한 경제운용방향과 틀에 대해 생산적이고 건전하고 활발한 토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지적들, 분배만 있고 성장은 없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공격에 대한 답답함도 컸던 듯합니다.

하지만 김 부총리 말대로 건전하고 활발한 토의가 있으려면 기초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정부의 공식 입장과 자료가 있어야 토론이 가능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공무원 인건비가 5년 뒤에는 얼마고, 20~30년 뒤에는 어느 선까지 불어나며 이들의 연금 지급액은 이 정도 된다는 점을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자료가 맞는지 서로 검증이 가능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와 청와대 걱정대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은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자료 공개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욜로(YOLO)’ 정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5년 자료만 책임지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복지 알박기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것이지요.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복지예산을 편성하면 지금 구조라면 5년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5년 뒤에 진보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하면 복지는 그대로 가는 것이고, 보수 정권으로 바뀌어서 복지를 축소하려고 하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까지 해석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5년 뒤의 재정에 대한 얘기와 자료, 설명이 없다면 이같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들도 마찬가지구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부는 최대한 복지예산과 공무원 채용예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보 공개부터 생산적이며 건전하고 활발한 토의는 가능합니다. 경제팀이 이를 곰곰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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