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원은 존경스러운 분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어요. 김근태 의원이 따라 하고 싶은 분이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뭔가 해주고 싶은 분이었어요.”
유시민 작가는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회고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연예인에게나 있던 팬클럽(‘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이 생긴 최초의 정치인이었고, 대중이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이자 가장 미안해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있다. ‘노무현입니다’는 88 서울올림픽 장면을 시작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며 대중에게 노무현을 알린 5공 청문회 장면 등 현대사 속 노무현 그리고 노무현이 있던 정치사를 관통한다. 그러나 그 시간과 역사 속에는 정치인 노무현 1인이 아닌 희로애락을 그와 함께 하는 대중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에 대한 담담한 기록이지만, 그에 대한 어떤 것도 감동과 슬픔이라는 잔상을 남기지 않는 기억은 없었다.
영화는 국회의원, 시장 선거 등 출마하는 선서에서 번번이 낙선하고, 15대 종로구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이 다음 선거에서는 부산 출마하고, 낙선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시절 직후인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 상당 부분이 할애됐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지지율 2%의 군소 후보 중의 군소 후보였으나 대세 이인제 후보를 물리치고 기적처럼 역전한다. 경선 과정에서는 ‘노사모’로 대표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인간 노무현의 아픔도 동시에 드러났다. 상고 출신, 장인의 좌익 활동 이력 등은 경쟁자와 보수 언론의 공격과 조롱 대상이 됐다. 특히 레드 콤플렉스가 극심했던 당시 노무현 후보는 장인의 이력에 대해 “저는 그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잘 키우고 잘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생깁니까?”라며 정면돌파했고, 이는 그가 남긴 수많은 어록 중 가장 감동적인 그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를 거쳐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최근의 그의 모습인 영정 사진으로 바뀐다. 영화 속 인터뷰이들이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내놓을 때마다 저마다의 기억으로 각각 다른 지점에서 다른 마음으로 눈물을 보일 테지만, 이 장면에서 흐르는 눈물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감시하던 이화춘 중앙정보부 12기 공채요원이 주 화자다. 노무현을 감시하다 걱정하게 된 그의 이야기를 비롯해 개인 운전사의 결혼식 날 신혼여행지까지 직접 운전해서 배웅했던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에피소드들도 등장한다. 또 문재인 현 대통령,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정치인부터 부림사건의 피해자, 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노사모’의 배우 명계남·문성근을 비롯한 회원 등 39명이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내놓았다. 특히 노무현이 비공식적으로 그의 모든 선거에 중용했던 선거 전문가 배갑상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화를 내는데 그 밑에 슬픔이 보여요. 슬퍼서 화를 내는 거에요. 자기 가슴을 먼저 열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매료 당해요.” 유난히 화를 많이 내던 노 대통령의 모습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보았던 것이 아닐까.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