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 A(54·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데에는 그가 여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무고(誣告)’와 그로 인한 심적 압박이 자리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거짓으로 고소·고발을 일삼는 무고는 수사력 낭비는 물론 이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형법상 무고죄는 죄 없는 타인에게 허위 사실을 뒤집어 씌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하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무고죄가 갖는 이 같은 범죄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무고죄에 대한 처벌수준은 미약했다.
지난해 무고로 기소된 2,104명 중 불과 5%에 해당하는 109명만이 구속됐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명령에 그쳤다. 이 때문에 법조계 내에서도 무고 사범에 대한 관대한 대응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무고죄를 처벌하는 기준·형량 등에 대한 보다 촘촘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7일 대검찰청의 연도별 무고죄 접수·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무고 혐의 입건자는 9,957명으로 4년 전인 2012년(8,821명)보다 12.9%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기소된 건수는 2,104건에 그쳤다. 기소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0% 수준이고, 형량 역시 대부분 징역 6∼8월에 그쳤다. 무고죄 법정형이 최대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인 데 비하면 최소형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1∼8월) 역시 총 6,379건의 무고 혐의 입건자 중 17%(1,087건)만이 기소됐고, 이 중 8%(54건)만이 구속됐다. 상당수는 혐의없음·각하 등의 이유로 불기소되거나 기소중지 됐다.
무고는 개인의 악감정을 빌미로 고소하는 ‘감정 보복형’에서부터 경제적 이익을 위해 연예인 등 유명인의 명성을 역 이용해 법적 책임이 없는 이까지 끌어들이는 ‘이익취득형’,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악용하거나 형사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책임 전가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처럼 갖가지 형태를 띤 무고죄 접수가 해마다 1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엄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다.
무고가 억울한 피해자를 낳는 것은 물론 사법 역량이 엉뚱한 곳에 투입돼 조력이 필요한 이들이 정작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비효율도 만드는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고죄 처벌 강화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무고를 통해 유·무형의 이득을 얻고 민·형사 소송에 활용하기 위해 허위 고소하는 것은 사법제도를 이중 악용하는 격”이라며 “무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을 바꾸고 처벌·구형 기준 등을 촘촘히 정비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