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업 취업 아니면 어때] 5년 근속하면 한달 휴가, 연 1회 전직원 해외 워크숍

[청년일자리 기획] <16회>

워라밸 우수기업 '휴넷'

직원이 행복한 회사 만드는 조영탁 대표

그가 이야기하는 '중소기업 취업'

휴넷은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잡플래닛이 공동으로 선정한 ‘워라밸(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 뽑혔다.

△시차출퇴근제(8~17시, 9~18시, 10~19시 중 원하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 △무제한 자율휴가제(휴가일 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휴가 사용) △회식문화(사내 회식은 저녁 9시까지)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휴넷의 전 직원 연차사용률은 90%를 넘는다. 육아휴직 복직율은 75%에 이른다. 퇴직율도 계속해서 감소해 지난 해는 12%를 기록했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행복하다’는 비전으로 행복경영을 이뤄내고 있는 조영탁 휴넷 대표로부터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 주체성 세우기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우리나라 직장인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며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스로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하거나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조 대표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자기 주체성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먹고 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정해야해요. 부모님이나 친척, 선배 등 사회에서 요구하거나 시킨 것 말고 자신의 삶 말이에요. 일해보고 싶은 산업군이나 직무를 이리저리 자신의 적성에 비춰 찾아보는거죠. 사회 특성 때문인지, 우리나라 청년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요. 문제는 그렇게 남의 생각과 시선에 맞춰 선택한 길(취업)에서 70% 이상이 불만족한다는 점이죠.”

이어 조 대표는 강의에서 만난 한 학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루는 강의를 하러 서울 신촌에 연세대학교에 갔어요. 강의 후에 한 4학년 학생이, 고민이 있는데 용기를 냈다며 제게 찾아왔어요. 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에 가서 일하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로스쿨에 진학하라고 말씀하셨대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제게 묻더군요. 그 때 느낀 게, 청년들의 자기 주체성이 길러지지 못한 부분이 높은 실업률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었죠. 그 학생에게, 부모님은 적어도 10~15년 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조언할 수 있으니 앞으로 전개 될 미래를 고민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해줬어요.” 해당 학생은 웃으며 돌아갔다고 한다.

◇ 일 배우고 능력 발휘하기엔 중소기업이 더 낫다

조 대표는 적극적으로 일을 배우고 능력을 발휘하기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에서는 관료제 구조때문에 발탁 승진 인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을 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저는 졸업 후 그 당시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어요. 직원이 많지 않다보니 구매와 영업, 기획 일을 도맡아했죠. 대기업에 취직하면 상위 1~2%가 아닌 이상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만큼 업무가 세분화돼있기 떄문이죠. 예를 들어 회계 부서에 가도 어떤 사람은 고정자산 관련 회계만 하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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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장이 없으면 부장 역할을 할 수도 있어요. 이 상황을 두고 ‘롤모델이 없다’,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어느 곳, 상황에서든 장점과 단점은 늘 존재해요. 내가 처한 환경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키워 나갈 때 자신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학벌이나 전공 때문에 주눅 들 필요 없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의 구십퍼센트는 논다)’ 등 취업 시장에서 이과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문과생들이 자주 쓰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서류를 정형화하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조 대표는 조언한다.

스스로의 능력과 관심, 열정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IT기업 또는 게임 기업, 마케팅 기업에 인문대 출신의 지원자가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며 “결국 기업은 고객과 호흡해야 하는 곳이고, 그땐 인문학적 스토리로 업무를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구글의 예를 덧붙였다. “구글은 직원을 채용할 때 학벌 보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해당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지를 체크 한다”며 “만약 해당 지원자가 대학교에서는 철학을 전공했어도 무크 등 동영상 강의를 통해 특정 지식을 습득했다면 또는 어떤 아르바이트나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터득했다면 채용된다. 오히려 경영학과에서 4년 동안 배우는 내용은 자격증 강의 등을 통해 3개월이면 배울 수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20대 초반에 배운걸로 인생이 결정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 때만 해도 20~24살 정도까지 배운 것으로 인생이 결정됐어요. 그때는 그 지식만 갖고도 되는 경제성장기였기 때문이죠. 이제는 끊임없이 사회변화에 발을 맞추고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마음놓고 자만하며 살 수 있는 시절도 아니고, 중소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본인을 과소평가하며 살 필요도 없다는 의미죠.”

◇ 직원이 행복한 기업 ‘휴넷’

휴넷은 만5년 근속직원에게 한 달간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학습휴가제’와 매주 금요일 아침 진행되는 임·직원 대상 명사 특강인 ‘혁신아카데미’, 하루 1시간씩 공부해 1년간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365학점제’, 원하는 도서를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도서 무한 지원제’, 연 1회 전 직원 ‘해외 워크숍’ 등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기업의 직원 채용 면접에 상사가 면접관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교육전문기업 휴넷은 과감히 깼다. 이른바 ‘상향식 면접’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팀장급 경력 직원을 채용할 때 상사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게 될 팀원이 면접관으로 참가한다. 조 대표는 “조화로운 협업은 직원들의 행복과 회사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동료 또는 팀장과 팀원 사이의 화합능력이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만큼 함께 일할 팀원을 면접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면접자에 대한 판단을 다각화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이 함께 일할 사람의 시각에서 지원자를 좀 더 까다롭게 평가하다 보니 채용 시간은 더 걸린다. 조 대표는 “구성원 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인재를 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료 면접과 상향식 면접을 시행한 후,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조직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서로 돕고 이끄는 일이 더 많아졌다.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내 문화는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에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직원 교육 수요도 꾸준하다. 조 대표는 “사장실이나 임원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가깝게 지낸다”며 “고정관념과 과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직원 중심의 혁신적인 사내 문화 조성이야말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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