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IMF20년, 최악 경제환경]사드·통상임금으로 초상집 된 기아차에..."세금 400억 더 내라"

■법인세 폭탄

中롯데마트 112곳 문닫은 롯데쇼핑도 990억 세금폭탄 예고

"리스크는 정부가 만들어 놓고 돈은 돈대로 걷어가" 업계 분통

"경제정책은 타이밍의 예술...기업 부담 늘릴 때 아니다" 지적





대기업 등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전경.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대표 기업들의 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연합뉴스대기업 등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전경.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대표 기업들의 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연합뉴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5일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에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잔업을 폐지한 것은 지난 1962년 회사 설립 후 처음이다. 이 같은 고육지책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기아자동차 중국법인 판매량이 반토막(8월·-45.4%) 난데다 통상임금 판결로 약 1조원에 이르는 손실충당금도 쌓아야 해 3·4분기 적자가 불가피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법인세 인상을 통해 초상집이 된 기아차에 390억원 증가한 3,800억원가량의 세금 통지서를 돌릴 예정이다.

기업은 초상집인데 정부는 세수 풍년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내년 예산안을 내놓으며 국세수입을 6.8% 증가한 268조2,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더하면 재정수입은 4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많이 늘어나는 세금은 법인세(63조1,000억원·10.2%)다. 수출이 회복된데다 초대기업(과표 2,000억원 초과)에 대한 법인세율도 인상(22%→25%)되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의 기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부풀렸다. 서울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와 공동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세전이익은 지난해(30조7,137억원)보다 80% 뛴 55조4,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의 세전이익은 311% 뛴 13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법인세가 25%로 인상되면 이 두 기업이 내는 세금만(실효세율 19.4% 적용) 13조3,2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예상 법인세(35조1,203억원)의 37.9%다. 세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3조6,206억원)의 약 40%를 반도체 슈퍼 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다는 얘기다. 정부가 예측한 법인세 인상 효과(2조6,000억원)보다 더 돈이 걷히는 것도 이익이 급증한 반도체 업체들 덕분이다. 내년에는 초대기업 법인세 증가액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38.9%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눈을 다른 업종으로 돌려보면 글로벌 무역보복과 업황 부진을 겪는 기업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 112곳을 철수하는 롯데쇼핑(세전이익 5,115억원)에는 올해 약 992억원의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빚은 외교·안보 참사로 무역보복의 희생양이 됐는데 되레 정부는 법인세 인상 전(890억원)보다 102억원이나 세금을 더 걷어가는 셈이다.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표적이 된 현대자동차는 세전이익이 15% 넘게 줄어들지만 세금 부담은 2,6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사업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도 세전이익이 22% 넘게 감소하는데 세금은 132억원가량 더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 사업을 접기로 한 신세계도 5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더 물어야 한다. 상장사지만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전력은 원자재값 인상에 더해 지난해 누진제 완화로 1조원이 넘는 이익 감소를 떠안는다. 하지만 정부는 한전에서도 약 1,1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더 거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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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고지서가 예정된 산업계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은 국내 가전과 철강 등 개별제품에 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통상 쓰나미의 진앙지가 정부인데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세금을 더 내라며 채찍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기업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업 리스크는 정부가 다 만들고 돈은 돈대로 걷어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당연히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익이 급감한 현대차의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2.1%(9,952억원)로 전년(2.5%)보다 0.4%포인트 줄었다. 기아차(2.7%)도 전년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0.4%포인트) 비중을 축소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30조원을 투자했지만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국회에서도 정부의 법인세 인상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초대기업만을 겨냥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고 추경호 의원은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를 내리는 대신 초대기업은 현행(22%) 세율을 유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미국이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고 프랑스와 일본도 법인세를 내리는 상황에서 국내만 법인세가 뛰면 기업들은 해외로 더 나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분야가 상당한 마이너스 성장 중인데 기업들에 추가 부담을 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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