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는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것이 시민의 의무”와 같은 표어도 썼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10~20대 청년들이 오히려 반감을 품으면서 쓰레기는 줄지 않았다. 성과는 엉뚱한 데서 나왔다.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럭비선수들이 쓰레기를 마구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광고가 등장하자 쓰레기가 감소한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저서 ‘넛지’에서 제시한 사례다. 넛지의 원래 뜻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지만 탈러 교수는 다른 사람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재정의했다. 넛지를 활용하면 인간의 행동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책에는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아래쪽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도해 튀는 소변을 줄였다는 일화도 등장한다.
생활 속 다양한 사례를 기술한 탈러 교수의 책 ‘넛지’는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각국 정부 수장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당시 ‘넛지’를 들고 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넛지’에 감화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을 관리예산처(OMB) 정보규제관리실장으로 임명했다. 탈러 교수 역시 영국 내각사무국 행동통찰팀에 학술자문관으로 참여해 금연과 에너지 효율, 장기 기증, 소비자 보호 등 영국의 공공정책에 관여했다.
책에도 공공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정부가 연금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한 경우나 장기 기증을 늘리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때 장기 기증에 관한 의사표시를 선택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