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소호)대출이 올해 들어 17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197조3,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보다 16조7,5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이 25조원 증가했는데 약 70%를 차지할 정도다. 반면 9월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75조원으로 약 2조5,000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내놓아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시중은행들이 소호대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사업자대출은 가계대출로 분류되지 않고 기업대출로 분류되며 통상 주택이나 상가 등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 보니 중소기업 시설·운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상당수가 부동산임대업 등으로 쏠린다는 점이 문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개인사업자대출 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영업전략을 펴왔다. 여기에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도 개인사업자대출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어 면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이라는 코드에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린다고 하더니 결국 실상은 개인사업자대출만 증가했다”면서 “혁신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자금이 더 생산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9월에도 주담대가 2조5,887억원이나 증가하며 잔액이 371조5,900억원에 달해 8월(2조4,654억원) 증가세를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꾸준히 실행되는 집단대출 규모가 상당한 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현장점검 압박 때문인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주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