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Napa Valley)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일 밤 10시께(현지시간) 나파밸리 인근 칼리스토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튿날 오후 5시 현재 17개로 갈라져 퍼지면서 소노마 카운티에서 7명, 나파 카운티에서 2명, 멘도시노 카운티에서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캘리포니아 삼림·산불 보호국 캔 피믈롯 국장이 밝혔다. 산불로 주민 2만여 명이 대피한 상태며 건물 1,500여 채가 탄 것으로 파악됐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산불이 매우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현재는 어떤 수단으로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노마, 나파, 유바 카운티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17만여 명이 거주하는 산타로사(Santa Rosa)시다. 특히 1980년부터 개발된 신흥 주거지인 북부 커피 파크 지역은 산불이 시내로까지 번지면서 K마트, 맥도널드, 애플비 등 식당과 주택이 대부분 전소했다. 한인 주택 3채도 함께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파 지역 유명 와인 양조장인 시그노렐로 에스테이트가 불에 탔고 인근 스태그스 리프 양조장 건물에도 불길이 옮겨붙었다. 소다 캐니언 로드에 있는 양조장 주택들도 불에 탔다. 지난 8일 끝난 PGA 투어 ‘세이프웨이 오픈’이 개최된 나파 지역 유명 리조트인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 투숙객도 화염이 들이닥치자 9일 새벽 급히 대피했다.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소방관 수백 명이 4,000~5,000에이커에 달하는 산불에 맞서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불길은 시속 50마일(80㎞)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어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피믈롯 국장은 “현재는 진화작업보다 생명 구조 작업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북 캘리포니아 지역은 지난 3월 이후 비가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아 매우 건조한 상태여서 자연 발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이날 북 캘리포니아 지역 주요 카운티에 적색 경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강풍과 낮은 습도, 따뜻한 기온이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한밤중에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30m가 넘는 화마로 돌변해 들판과 고속도로를 뛰어넘어 삽시간에 북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퍼졌다”며 “주민들은 자동차 열쇠와 애완동물만을 챙겨 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현장을 전했다. 실버라도 리조트에서 머물던 크리스 토머스(42)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호텔에서 자고 있다가 연기 냄새에 깼다”며 “호텔 측에서 빨리 나가라고 지시해 밖으로 나와보니 먼발치에서 불길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6만 5,000에이커에 달하는 임야와 주거지가 불에 탔다. 북 캘리포니아 지역 대부분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역 주도로인 101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는 폐쇄된 상태다. 주 재난 당국은 방위군 병력 투입을 요청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