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유로 2016(유럽축구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아이슬란드를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같은 F조에 속한 팀들 모두 만만찮은 상대여서 예선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아이슬란드가 강적 포르투갈과 비기더니 오스트리아를 잡고 16강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여세를 몰아 16강전에서 영국을 꺾고 8강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비록 주최국 프랑스에 져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에 아이슬란드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아이슬란드는 전 유럽인의 ‘세컨드 팀(두 번째로 응원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당시 아이슬란드가 남긴 얘깃거리는 넘쳐난다. 예선전 입장권 예매에 아이슬란드인 2만6,985명이 신청했는데 이는 전 국민 34만명의 8%다. 8강전을 보러 프랑스로 건너온 아이슬란드 사람은 총인구의 12%인 4만명이었다고 한다.
우승국이 아닌데도 아이슬란드가 주목받은 것은 적은 인구도 그렇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1월 케이블TV에서 방영된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에서 그려진 것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오로라나 굴포스폭포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다가 아니다.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지대고 8개월 이상 바깥 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추운 척박한 곳이다. 축구 같은 야외 스포츠를 하기는 최악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이를 극복한 것은 정부가 1998년부터 마을마다 실내 축구장과 체육관을 짓고 스포츠 활동을 적극 지원한 결과다. 현 축구 국가대표 대부분이 실내 축구장에서 호흡을 맞춘 이른바 ‘인도어 키즈(Indoor Kids)’들인 이유다. 치과의사 감독에 영화감독 골키퍼 등 출신 성분도 독특하니 더 관심이 간다.
아이슬란드가 10일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조 1위를 확정해 사상 첫 본선에 나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얼음 왕국’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리더의 드럼 박자에 맞춰 박수 한 번에 ‘후’라고 외치는 아이슬란드 팬의 ‘바이킹 천둥 박수’는 장관이다. 내년 러시아에서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