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과 인사동 사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광화문까지 아우르는 도심 주거시설에 투자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이 지역은 오피스·상업시설·호텔 등 모든 부동산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만 유일하게 부족한 것이 주거시설입니다. 도심은 젊은 층을 겨냥한 임대주택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며 주거시설까지 갖춰진다면 서울의 중심지로서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굿윈 거(사진) 거캐피탈파트너스 설립자 겸 회장은 최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국 주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거 회장은 지난 3년간 30여차례나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는 한국을 찾는 이유에 대해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문화와 인구분포를 정확히 알고 트렌드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또 한국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다른 나라에 적용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 회장은 최근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오피스 빌딩 저층부의 리테일화, 도시 재생 등을 이미 수년 전부터 예상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여줬다.
수년 전부터 오피스 빌딩 저층부 리테일화, 도시재생 주목
한류·전자 산업에 비해 낙후된 부동산 인프라 개선 필요
‘최고급 주거시장’과 ‘임대주택 시장’ 투자 기회 많아
거 회장은 “한국은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음악, 패션, 온라인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을 앞세운 전자 분야에서는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는 반면 부동산 인프라는 뒤처져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감안할 때 주거용 부동산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고급 주거시설’과 ‘임대주택’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거 회장은 “디자인에 굉장히 민감한 한국인들이 살기에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지루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고급 주거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독립적인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의 특징은 세련되고 탁월한 편의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방은 작지만 커피나 와인을 마시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세련된 공용공간을 제공하는 상품을 통해 그러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캐피탈은 한국 주거시장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2015년 ‘게이트웨이 아시아 부동산펀드 4호’를 통해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트윈시티 남산’에, ‘게이트웨이 아시아 부동산펀드 5호’를 통해서는 덕수궁 인근 신문로 2-8구역에 위치한 주거시설에 투자했다. 거캐피탈은 내년 중순께 신문로 2-8구역을 새롭게 단장해 최고급 아파트 60여가구를 분양하고 주거용 오피스텔 200여실을 지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박건태 한국 대표는 “홍콩·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주거시설에 대한 투자 및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최초 민간임대주택리츠사업 트윈시티 남산 오피스텔 567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경험을 쌓았다”며 “오피스와 달리 주거시장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수요층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투자 대상을 꾸준히 확대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오피스·호텔 시장은 과도기…새로운 투자 기회 도래할 것
기술과 물리적인 공간 조합 통해 창의적인 부동산 상품 만들어야
아울러 거 회장은 최근 과도기를 겪고 있는 오피스와 호텔시장에서도 계속해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오피스시장은 지난 5~6년간 신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대거 공급되면서 일시적인 공급과잉 상태”라며 “낡은 오피스에 있던 임차인들이 새 빌딩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완료되면 공실률이 늘어난 낡은 오피스를 용도 변경하거나 재개발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호텔은 직접 운영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투자가 까다로운 자산”이라면서도 “잘만 투자하면 오피스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익률을 거둘 수 있으며 실제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 호텔을 인수해 3년 만에 7배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그들의 경험을 보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등장으로 호텔시장도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이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부동산 상품을 계속해서 개발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코워킹(co-working), 코리빙(co-living) 공간이다. 거캐피탈은 이미 3~4년 전부터 영국과 중국에서 공유공간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거 회장은 “아이폰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습관과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으며 부동산 상품을 소비하는 방법도 달라졌다”며 “앞으로도 기술과 물리적인 부동산 공간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캐피탈은? 거캐피탈은 홍콩계 자산운용사로 미국·아시아·유럽 등에서 128억달러(1·4분기 기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15~20%다. 한국 기관투자가 30여곳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80여개 기관들이 거캐피탈의 부동산펀드 및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거캐피탈은 영국계 부동산 대체투자 전문지 PERE가 선정한 전 세계 부동산 자산운용사 순위에서 아시아 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