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인으로 사드 파고 넘자" 기아차 스타 디자이너 영입

시트로엥 출신 올렉 손 상무로

"중국 현지 소비자 감성 잡겠다"

제2 디자인 혁명 통할지 관심

올렉 손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올렉 손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





기아자동차가 30년 경력의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를 중국 시장 디자인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중국 시장 공략 전략을 기존의 ‘가성비’에서 ‘감성품질’로 전환하기 위해 제2의 디자인혁명을 단행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정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중국 시장의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기아차의 전략 변화가 중국 시장 판매량을 회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아차는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서 고급 차 브랜드 ‘DS’ 시리즈와 중국 판매 모델 디자인을 총괄한 ‘올렉 손(Oleg Son·사진)’을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로 선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손 상무는 다음달 초 기아차에 합류해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윤선호 기아 디자인센터장과 함께 중국 시장의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현지 전략 모델의 디자인을 개발할 예정이다.


프랑스 국적의 손 상무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를 나온 30년 경력의 스타 디자이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시트로엥그룹은 RCA 졸업까지 금전적으로 지원한 후 채용했다. 1998년 시트로엥 입사 후 ‘C3’ ‘C2’ 디자인으로 역량을 인정 받았고 지난 2003년 시트로엥 총괄디자이너 자리에 올라 ‘C4’와 ‘피카소’ ‘뉴 C3’ ‘시트로엥 GT’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특히 디자이너 사이에서 중국 시장의 전문가로 꼽힌다. 2008년부터 3년간 중국에서 일하면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한 영향이 컸다. 기아차에 따르면 손 상무는 평소 “30년 넘는 유럽시장 경험보다 중국시장 경험에서 훨씬 더 큰 디자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기아차로부터 중국 디자인 담당으로 영입 제안을 받고서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망설임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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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상무 영입으로 기아차의 중국 시장 전략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했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 현지 소비자의 감성을 잡겠다는 게 기아차의 전략이다. 이는 현대·기아의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부합한다. 현대·기아차는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 당시 아우디 디자인 총괄을 영입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2015년에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람보르기니·벤틀리 등에서 차량 디자인을 책임지던 루크 동커볼케 전무를 현대디자인센터장에 앉혔다.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상무 역시 2016년부터 현대차(005380)에 합류했다. 9월에는 기아차가 BMW와 중국 창청기차를 거친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를 영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손 상무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중에서도 독보적”이라면서 “한국 기아디자인센터에 있는 르클레어 상무 역시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두 명의 핵심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중국 현지 전략모델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기아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8월 중국 판매량은 2만3,00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4% 감소했다. 다만 3~4월 68%에 달했던 감소 폭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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