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세청으로 제출 받은 ‘탈세·차명계좌 제보·신고 처리 현황 및 추징 세액’에 따르면 지난해 탈세 제보를 통한 추징 세액은 1조2,110억원으로 전년보다 26.7%나 줄었다. 추징 세액은 2013년 1조3,211억원, 2014년 1조5,301억원, 2015년 1조6,530억원으로 매년 오름세에 있었으나 지난해 이 흐름이 뚝 끊겼다.
접수된 제보·신고를 처리하지 못한 비율도 늘었다. 제보 미처리율은 2013년 24.1%, 2014년 21.9%에 그쳤으나 2015년 28.8%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26.0%를 기록했다.
국세청이 제보 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는 중복세무조사를 엄격하게 제한한 법원 판결로 세무조사가 위축된 탓이 크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이 “2006년 부과한 법인세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주며 “특정 연도, 특정 세금 항목을 부분적으로만 조사했더라도 이후 재조사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가령 특정 기업에 대한 탈세 제보가 들어와 문제된 부문만 조사했더라도 이후 정기 법인 조사 등으로 같은 연도 법인세를 조사하면 위법한 조사가 된다. 판결 이후 국세청은 신고가 들어와도 그때그때 처리 못하고 묵혀놨다가 한 번에 통합 조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일례로 ‘주식변동조사’를 통한 법인 추징 세액은 2015년 683억원에서 지난해 8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주식변동조사는 출자, 증자, 상속 등 과정에서 문제가 포착되면 실시하는 조사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특히 대기업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졌다”며 “신고가 왔을 때 바로 처리를 못하면 증거가 없어질 수도 있어 문제”라고 전했다.
중복세무조사 문제는 제도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탈루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탈루세금 과세 강화로 연간 5조9,000억원씩, 5년간 39조5,000억원의 세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명재 의원은 “문제가 있는 부문만 조사하면 신속하게 끝낼 수 있는데 통합조사 경향이 강해지면서 납세자 부담도 커졌다”며 “탈세제보 처리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부분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