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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청춘시대2’ 박은빈 “시즌1 너울성파도, 2는 해일”…新 명언제조기

대단한 내공을 가진 배우다. 박은빈이 ‘청춘시대2’에서 송지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JTBC ‘청춘시대2’(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는 5명의 하우스 메이트(하메)들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지난 2016년 방송된 시즌1의 1년 후 이야기가 담겼다. 박은빈은 시즌2에서도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에 능한 오지라퍼 대학생 송지원 역을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동시에 초등학교 동창 문효진에 대한 기억을 찾고, 대신 복수하기 위해 성장하는 모습까지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많은 캐릭터가 ‘청춘시대’를 통해 사랑받았지만, 특히 ‘쏭’이라고 불렸던 송지원은 시즌3 제작 요청이 빗발치는데 큰 몫을 했다. 이 캐릭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박은빈이 오래 고민하고 생각한 결실이었다. 인물과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듣고 있자니, 과장을 조금 보태 명언집을 만들어도 될 정도. 박은빈이라는 배우를 만나게 된 것은 큰 즐거움에 틀림 없다.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박은빈과 만나 ‘청춘시대2’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그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했고 생각은 깊었으며, 전달하는 방식은 밝고 유쾌했다.

-시즌제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처음인데 어땠나.

“시즌1을 통해 한 프로젝트가 끝난 거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도 안정된 상태였다. 역할에 대해 이미 이해가 됐기 때문에 시즌2를 시작하면서 바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던 점이 수월했다.”

-시즌1과 시즌2의 송지원, 무엇이 달라졌나.

“송지원의 메인 스토리가 풀리면서 감정선이 달라졌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확실히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려 대본을 더 열심히 분석하고 해석했다. 송지원으로서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 그렇지만 부담감 때문에 역할 표현이 달라지는 않았다. 원래 했던 대로 하되 집중하는 힘이 필요하겠다는 정도로 다짐했다.”

-시즌1 송지원과는 싱크로율이 0%에 가깝다고 했다. 시즌2의 송지원과는 어떤가.

“시즌2가 끝나니 40~60% 정도의 싱크로율을 갖게 된 것 같다. 저에게도 원래 밝은 기운은 있었다. 그것을 송지원을 통해 최대한 극대화 시켰다.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을 구분 못한다 든지, 19금 농담을 아무에게나 하고 다니는 것은 저와 다르다. 그런 쪽에서는 0%다. 그 외에 밝고 귀엽다고 해주셨던 부분, 사랑스럽다고 해주셨던 점들은 저의 모습이라고 하고 싶다(웃음).”

-박연선 작가의 반응은 어땠나. 연기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지.

“캐릭터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여쭤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컸다. 대본으로 소통했다. 대본을 보면서 ‘작가님이 나를 믿고 대본을 쓰셨구나’하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의도를 해석하고 연기를 하는 게 저의 몫이었다. 실제로 작가님을 만나 뵀을 때, 순간이었지만 작가님이 제 눈을 보면서 손을 꼭 잡아주셨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많은 말을 해주셨다고 느꼈다.”


-시즌2에서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송지원에게 큰 시련이 닥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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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에서 송지원을 제외한 하메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이 너무 무거웠다. 제 역할은 친구들을 화합시키고 치유해주고, 숨통을 트이게 하는 거였다. 시즌1이 너울성파도가 치는 느낌이라면 시즌2는 밝아 보이다가 마지막에 해일이 덮쳤다. 시즌2는 밑에서 계속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던 것 같다. 항상 똑같으면 인생이 너무 힘들지 않겠나. 이렇게 흘러가는 것 또한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철학적이다. 상담을 받는 기분이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 느낀 것이 많은가.

“작가님이 삶에 대한 고찰을 대본에 녹여내셨다. 저 또한 그런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같은 생각들도 해보고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에 자문자답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그냥 스쳐 지나갔을 생각도 다시 하게 되더라. 저에게 이 작품이 의미 있듯이 보시는 분들도 여러 의미로 생각해보시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다시 하게 됐는지.

“우리 드라마에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받은 상처의 기억은 많은데 준 상처의 기억은 없다는 말이 마음에 박혔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돌아봤다.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많다.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면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말 조심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웃음).”

-송지원이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제가 캐릭터를 애정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좋아 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송지원의 마지막을 비극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들도 그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마치 지인이 죽은듯한 상실감을 느끼신 거라 생각 한다. 연기를 하면서 인생캐릭터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다는 것이 저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다른 인생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 같다.”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다음 작품을 고를 때 부담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저 스스로는 똑같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보시는 분들께서 다른 역할에서 같은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테니. 완전히 똑같은 서사를 가진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그가 가진 인생 스토리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무엇인가. 어떤 역할에 마음이 끌리나.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이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캐릭터가 온전히 제 삶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랑이 식었다 싶을 때 연기로 드러나기도 하더라. 그런 점을 간과하지 않고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송지원을 사랑했듯이 또 다른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르려고 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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