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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예능드라마①] “시트콤? 드라마?”…제2의 ‘프로듀사’ 탄생하려면

몇 해 전부터 ‘예능드라마’라는 분류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각각 예능과 드라마라는, 친숙한 단어로 구성됐지만 그에 대해 인지하는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방송사에서는 예능과 드라마, 혹은 시트콤과 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예능드라마에 저마다의 해석을 입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드라마는 일반적으로 예능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드라마를 일컫는다. 예능 PD, 예능 작가 등 예능국에서 주도적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뜻하는 의미로 시작됐다.




/사진=KBS2, MBC/사진=KBS2, MBC


예능드라마라는 용어는 KBS에서 처음 사용했다. 각 방송사 마다 예능드라마를 대하는 시각과 활용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예능, 시트콤 혹은 드라마처럼 하나의 장르로 대표되기에는 역사가 길지 않은 편이다.

먼저 KBS는 지난 2015년 ‘프로듀사’를 통해 예능드라마의 첫 선을 보였다. ‘프로듀사’는 예능을 주로 담당해온 서수민 PD와 예능 작가 출신인 박지은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 드라마 내용도 예능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전개 및 배우 기용과 편성에서는 드라마의 성격을 가져갔다. 그 간극을 절묘하게 조절한 덕에 시청률 17%를 넘기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프로듀사’로 금토드라마 슬롯을 도입한 KBS2는 이후로도 예능드라마를 편성했다. ‘1박 2일’ 유호진 PD와 ‘하이킥’, ‘감자별 2013QR3’ 등 시트콤을 주로 써온 이영철 작가가 뭉친 ‘최고의 한방’을 거쳐, 예능 PD인 하병훈 PD가 연출을 맡는 ‘고백부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MBC에서는 지난달 첫 방송된 ‘보그맘’을 예능드라마로 소개했다. KBS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시트콤에 가까운 편이다. 실제로 ‘보그맘’을 설명하면서 시트콤과 예능드라마를 혼용하는 경우도 있다. MBC가 과거 시트콤 명가로 불렸던 만큼 그 명맥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SBS에서는 지난 7월 종영한 ‘초인가족 2017’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 ‘초인가족 2017’은 초감성 미니드라마라고 설명하면서도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이후 5년 만의 시트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드라마의 기대 포인트를 짚을 때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비교했다.

이처럼 KBS와 MBC, SBS의 예능드라마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차이가 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시트콤에 가깝기도, 드라마에 가깝기도 하다. 여러 작품을 아우르는 하나의 뚜렷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 또한 예능드라마라고 명명되지 않았지만 그와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작품도 많다.


MBC에서 방영된 ‘소울메이트’(2006)과 ‘엄마가 뭐길래’(2012)는 당시 시트콤으로 소개됐지만 이미 예능드라마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드라마로 분류됐지만 예능 작가 출신, 에피소드 위주 전개라는 점에서 예능드라마와 닮은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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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MBC, tvN/사진=SBS, MBC, tvN


예능드라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시청자들의 성향을 적극 반영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먼저 예능의 흐름을 읽었다. 최근 예능에서는 미리 짜둔 대본을 바탕으로 작위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힘을 잃고 관찰 예능이 강세를 띄기 시작했다. 예능일지라도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배경설명이 필요하고 그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 쪽에선 정통 드라마의 엄숙주의가 상쇄되고,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담아내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무게감 있고 진지한 서사에서 벗어나, 모바일이나 웹에서 보기 쉽도록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하거나 부분적으로 예능적인 연출을 함으로써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도록 했다.

이를 결합한 것이 바로 예능드라마다. 기승전결이 살아있는 에피소드는 물론 서사와 코믹의 케미가 돋보이는 점이 예능드라마만의 장점이다. 기존의 시트콤과 비교했을 때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와 예능적 연출은 버리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적 완결성을 보완했다. 편성에 있어서도 이른 시간대에 매일 방송하던 틀을 벗어나 주 1~2회, 늦은 시간대 등 드라마로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 KBS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누가 더 잘, 많이 만드느냐의 싸움에서 KBS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필요했다”며 “예능드라마는 시청자들을 KBS 예능 콘텐츠로 이끌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던 중 예능 프로덕션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했던 거다”라고 도입 계기를 설명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벽을 허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과 웹, 브라운관 등 플랫폼의 경계부터 시트콤, 예능, 드라마 등 장르의 경계 또한 그렇다. 굳이 예능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예능과 드라마에서 각각 자체적으로 다른 장르의 속성을 도입하며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전통적인 프레임에서 드라마는 드라마제작국이 예능은 예능국이 담당했지만 이제 누가 만들었는지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며 “예능드라마는 아직 시작단계다. 시트콤, 혹은 드라마와 무엇이 다르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예능 PD가 예능적인 방향에서 해석한 드라마의 문법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예능드라마로서는 ‘프로듀사’ 이후 별다른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고의 한방’과 ‘초인가족 2017’ 모두 최고 시청률 5%대에 그쳤다.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를 두며 예능드라마라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경쟁력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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