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 그리고 퀄컴.
‘반도체 공룡’인 이들 세 기업에는 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커넥티드카 및 오디오 업체 하만, 인텔은 카메라시스템 기업 모빌아이, 퀄컴은 차량 반도체 업체 NXP반도체를 사들였다. 반도체 공룡들이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수준의 화학적 변화를 비즈니스에 ‘주입’하는 것은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이을 넥스트 정보기술(IT) 기기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글로벌 업체의 시프트’는 생존 문제다. 한 전자업계 고위임원은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만 해도 지난 2015년 450억달러에서 10년 뒤 1,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체성을 바꿀 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M&A를 통한 기업의 변신은 비단 반도체 공룡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기술 융복합이 수시로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속도가 중요하고 덩달아 M&A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내부역량을 키워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진다. 실제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유망기술 기업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60개(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 기준)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M&A가 성사됐다. 이는 이미 2015년(44건)을 능가한 것이며 2016년(78건)의 80%에 육박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간 생존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2014~2016년 제조업 M&A 거래금액은 2011~2013년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쳐 미국(107%), 독일(307%), 중국(257%)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에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3%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도 M&A는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M&A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화학 부문 1위로 뛰어오른 롯데, 최근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SK 등이 그런 사례다. 이 연구위원은 “제조업 혁명,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라도 M&A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