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국민당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무너져가던 당을 화려하게 재건하며 만 31세의 나이로 민주선거로 뽑힌 세계 최연소 지도자 자리를 예약했다.
교사 어머니와 기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쿠르츠 대표는 지난 2003년 국민당의 하위기구인 청년국민당 당원으로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법대를 중퇴하고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는 2013년 총선에서 최다 득표로 의회에 입성, 사민당-국민당 연립정부에서 외무장관을 맡는 등 승승장구하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총리 자리까지 거머쥐게 됐다.
그는 오스트리아 양당체제의 한 축인 국민당이 지난해 12월 대선 결선투표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굴욕을 겪는 가운데 5월에 당권을 잡았다.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민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전략을 편 그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위한 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치신인들을 후보로 대거 발탁했다. 아울러 지중해 난민 루트 폐쇄, 오스트리아 내 난민 복지 축소 등을 간판 공약으로 내걸어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부르카(이슬람 여성들의 전신을 덮는 의상) 금지법’ 시행을 주도하며 극우로 돌아선 유권자들의 표심 얻기에도 힘을 쏟았다.
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져 국민당은 불과 5개월 만에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쿠르츠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최연소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렁에 빠졌던 국민당을 일으켜 세우고 깜짝 스타가 된 그에게 현지 언론들은 ‘분더부치(능력자)’ ‘원더보이’ 젊은 ‘귀재(whizz-kis)’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우경화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는 하나 쿠르츠 대표의 기본적 정치성향은 극우 자유당과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총선기간 중 열린 수차례의 TV토론에서 오는 2018년부터 오스트리아가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친유럽이 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2014년 외무장관직을 수행할 때도 이민정책이 사회문제의 근원이 아닌 국제적 인재를 영입하는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