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온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 다소 꺾였다. 추석 상여금 지급으로 가계의 신용대출 수요가 준 데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9월 금융시장 및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증가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0조2,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 가량 감소한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4조9,000억원, 제2금융권에서 1조3,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9월보다 증가액이 각각 1조1,000억원, 3조원 줄어든 것이다. 전달에 비해서도 각각 1조6,000억원, 9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로써 올해 들어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64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4조9,000억원)의 76% 수준이다.
◇주담대는 소폭 증가… 정부 “8·2대책 효과 가시화, 증가세 안정 기대”
2015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에도 3조3,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달(3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8·2대책 이후 주택거래량과 일평균 주담대 신청건수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음에도 이미 승인을 받았던 중도금 집단대출이 집행되면서 전체 주담대 취급액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폭증한 지난 2년간 9월 평균 증가액이 5조6,000억원에 달했던 데 비하면 증가세 자체는 확연히 꺾였다.
정부는 8·2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 주담대 증가세도 더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000호로 8월(1만5,000호)의 절반으로 줄었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하루 평균 주담대 신청건수는 8월 약 895건에서 9월 469건으로 감소했다. 8월 1일부터 22일까지 1,092건이었던 하루 평균 주담대 신청건수는 8·2대책으로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행된 8월 23일을 기점으로 31일까지 464건으로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8월 23일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을 기점으로 8·2대책의 효과가 보다 가시화되면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달은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 둔화가 두드러졌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늘어나 전달(3조4,000억원)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 돌풍과 KB국민은행의 경찰공무원 금리우대상품 대량 취급으로 무섭게 늘었던 신용대출 증가규모도 9,000억원으로 줄었다. 전달(2조7,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추석 상여금을 받아 자금사정이 넉넉해진 가계의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영업 대출, 2년여만 최대폭 증가
한편 9월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78조8,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5조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9000억원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5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이 3조4,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의 절반 이상(약 58%)을 차지했다. 2015년 7월(3조7,000억원)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대출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가계대출 성격이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는 이달 하순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자영업자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연체가 우려되는 자영업자에 대해 유형·사업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영업 대출 관리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