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에 8.5세대(2,250㎜×2,50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을 지으려는 LG디스플레이 계획이 정부의 투자 승인 지연으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를 심사·결정할 산업통상자원부 내 소위원회가 18일 개최된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투자 계획 승인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내 승인 여부가 안갯속이다.
정부의 투자 승인이 해를 넘길 경우 대규모 시설투자의 핵심인 ‘적기(適期) 투자’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건설을 위해 계획한 투자금은 5조원(자본금 출자 1조8,000억원 포함)에 이른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대전(IMID)에서 기자와 만나 산업부의 광저우 OLED 공장 승인과 관련한 질문에 “산업부와 관련해서라면 노코멘트하겠다”고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달 26일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며 정부를 정면으로 압박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한 부회장이 태도를 바꾼 것은 산업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분위기는 이번 2차 소위원회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투자 계획 승인과 관련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에 투자를 해도 국가 핵심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는지 전문가들이 모여 좀 더 세세하게 따져보자는 소위원회 구성 취지를 고려할 때 단 두 번 만에 결론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회의에서 LG디스플레이 발표와 제출 자료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다시 열리는 회의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 단계에서 승인, 불승인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장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것임을 전했다.
게다가 소위원회가 결정을 한다 해도 상위 단계인 전기전자전문위원회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등 위로 두 단계 승인을 더 거쳐야 최종 결론이 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은 더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 유출뿐 아니라 ‘중국 투자로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보는 정부의 인식을 고려할 때 기술적인 요소만이 순수하게 투자 승인의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지난 7월 말 공장 건설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19년 2·4분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 승인이 늦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구상은 어그러질 처지에 놓였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중국 투자 때도 정부 심사에 3개월여가 걸렸다”면서 “아직 계획 자체가 틀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동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걱정했다.
투자 지연은 곧바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LCD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넘어선 중국 업체들은 OLED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가 OELD에 약 16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하는 등 현지 업체들의 조(兆) 단위 투자 발표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재영·구경우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