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여 년간 일하다 탈북한 리정호(59)씨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1년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리 씨는 조선노동당 39호실에서 농수산물 수출과 해운을 담당하는 무역관리국장을 지냈고 대흥총국 다롄지사를 운영했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북한 대흥총국 지사를 운영하다 2014년 한국으로 망명한 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정착한 리 씨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아시아 소사이어티 초청 행사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리 씨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노력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대북제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으나 그 후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제재를 보면서 생각을 바꾼 것으로 판단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의하면 리 씨는 “백악관이 부과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이며 “북한은 이처럼 강력한 제재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어 나갈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재를 사야하며 이를 위해 북한 제품을 수출해야만 한다”면서 “현재 북한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졌으며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리 씨는 “북한의 도발 행위는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절박한 필요성의 산물”이라 진단하고 “북한의 중점 추진 사항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목표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장기집권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북한은 한국이 협상에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