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중국 합작회사 ‘중한석화’의 추가 증설 투자에 나섰다.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 기업처럼 인식돼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의 합작사인 중한석화의 생산시설을 기존 대비 40%가량 늘리는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투자금액은 7,400억원으로 증설이 완료되면 중한석화는 연간 에틸렌 110만톤, 폴리에틸렌 90만톤, 폴리프로필렌 70만톤 등 기존 대비 생산량이 80만톤 늘어난 연간 화학제품 총 3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번 증설은 신규로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설비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부품을 교체하거나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공정개선(Revamp)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에틸렌 및 유도품 자급률은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증설 투자는 선제적 마케팅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중 최대 성공 사례다. 2013년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35대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그동안 중한석화는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임과 동시에 중국 내 외국 나프타분해시설(NCC) 화학기업 중 경영성과는 물론, 생산성·효율성 등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외자 합작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증설 투자 결정으로 최 회장이 강조한 SK그룹의 중국 시장 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냉각되는 한중 관계 속에서도 꾸준히 중국 투자와 관심을 늘려왔다. 올 초 출국금지가 해제된 후 수시로 중국에 건너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으며 ‘상하이포럼’과 ‘톈진포럼’ 등을 통해 중국 유력 인사와 교류했다. 지난 5월 SK㈜ 중국법인인 SK차이나 신임 대표로 현지 출신의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인 제리 우 대표를 선임한 뒤 대규모의 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다우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의 포장재 수요를 겨냥한 것임을 고려할 때 중국 사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중국 화학사업 확장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딥체인지 2.0을 선도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