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문득,

구광렬 作

1815A38 시로여는수욜




궁금한 것이다, 하늘은 왜 파랄까


가 아니라, 고양이의 야옹 소리 앞에

생략된 소리.

이를테면 콜라를 빨대로 빨고 있던

공원 벤치의 한 사내,

분홍빛 스카프에 청치마를 두른

여인에게 다가가

데이트를 청하기 전,


‘저…… 혹시 시간 있으시면………’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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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된 말 같은

해가 질 때면 더욱 궁금한 것이다.

자꾸 서쪽으로만 떨어지는

해의 심사가 아니라

덜 빠져나온 야옹 전의 야옹들,

그러니,

낮의 야옹과 저녁 야옹 사이,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던

겁나게 많은 야옹야옹들.

궁금하다마다요. 덜 빠져나온 짹짹 전의 짹짹들, 음메 전의 음메들, 사랑해요와 헤어져요 전의 꿀꺽들. 참다 참다 오죽하면 태초에 말씀이 있었겠어요. 겨우 나온 소리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요? 첫사랑의 귓속말부터 초신성의 폭발음까지. 굉음일수록 쥐죽은 듯하죠? 우주 도서관에는 세상 모든 소리와 말들이 녹음된 CD가 있다던데 우주 나이만큼 시간이 필요해요. 그걸 듣느니 백만 번쯤 꽃으로 왔다 참새로 가는 게 낫겠다고요? 동감이에요.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우리. 말은 적어도 심연과 심연이 만나고 있다는 거.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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