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현 서울대 교수)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8일 ‘환란 20년, 한국 경제 다시 비상벨’을 주제로 한 특별대담에서 현재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지금의 위기가 1997년보다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 전 총장은 “50여년간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주력산업의 수명이 다했고 중국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산업기반이 와해되면서 경제구조가 무너지고 있어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 역시 “외환위기는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여서 회복이 빨랐지만 지금은 성장동력 자체가 약화된 상황이어서 위기가 고용·내수·금융·수출 등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총장과 박 전 장관은 모두 경제·산업·노동 등 전반에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더 시급하다”며 “산업정책을 앞세워 5개년 정책과 예산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돼 사람을 뽑는 게 토지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힘든 상황”이라며 “노동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준·빈난새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