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붙던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 움직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제동이 걸렸다. 친박 지지층의 결집 및 반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는 오는 23일 방미 전에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마무리해 바른정당 인사들의 복당 명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20일 오후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언급하며 재판을 보이콧하고 인권 문제로 국제 여론전에 나서면서 친박 청산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홍 대표는 “동정 여론으로 지방선거가 되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윤리위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뒤 박 전 대통령이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자동제명된다. 홍 대표는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최고위원회를 소집, 제명을 추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당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당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박 전 대통령 측에 자진탈당 권유를 전하려 했지만 끝내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도 함께 윤리위에 부쳐지지만 현역 의원에 대한 제명은 절차가 복잡하고 당내 친박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인적쇄신을 요구해온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 명분이 훼손돼 통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바른정당의 한 통합파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 없이 한국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며 “조건 없이 가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지지층 결집 및 역풍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별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치권 내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등장하며 정계개편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