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풍납공장을 포함한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서성벽 유실구간에서 성벽터와 문지(門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됐다.
지난 9월부터 발굴조사를 맡고 있는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20일 풍납토성에서 잔존 성벽과 성벽 내측 석축시설, 문지(출입시설)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풍납토성의 서쪽 성벽은 남쪽에 200m정도 남아 있지만 대부분 지상부가 멸실돼 노출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조사로 풍납토성이 길쭉한 타원형 형태임이 명확해졌다.
추정 문지는 성벽 내측 석축시설이 끊어지고 八자 형태의 인위적 석축양상을 보이며 2열 석렬이 일정한 폭(7m)으로 10m가 잔존하고 도로의 폭은 풍납동 197번지 유적(현 풍납백제문화공원)에서 확인된 동서·남북 도로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성벽 내측 석축시설도 1999년과 2011년에서 확인된 내벽 석축시설과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잔종 성벽은 현 지표에서 0.5m~1.5m 아래에 하단부가 1.5~2m 정도 잔존한 상태다. 또한 성벽의 뼈대를 이루는 중심토루에 덧대어 안쪽으로 붙여 쌓은 1,2차 내벽토루가 확인됐다.
중심토루 부근에는 대형 콘트리트 덩어리가 광범위하게 나타나 성벽을 크게 훼손했는데, 이는 오래 전 골재 채취 업체의 행위로 보인다. 또한 성벽의 진행방향은 중심토루가 약 3m정도 서쪽, 한강쪽으로 이동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삼표 풍납공장을 관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진행된 전문가 검토회의에 참석한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풍납토성에서 최초 문지 확인은 획기적인 사항이고 성벽 연결 방향의 명화성을 위해 현 지상부 잔존부분에 최대한 가깝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자영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역시 이번 조사를 통해 서성벽이 삼표 풍납 공장을 관통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 셈”이라 밝혔다.
삼표는 풍납토성 안 서남쪽 한강변에 콘트리트 타설 레미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국가의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 지구에 포함돼 있지만, 지난 1월 삼표산업이 이전을 거부하며 대전지방법원에 낸 소송에서 승소해 여전히 ‘알박기’ 중인 상태다. 당시 삼표측은 “토성 서쪽 성벽이 고지도에 나오지 않으며, 현재 실체가 고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 역시 “사업 수용 대상터에 토성 서쪽 성벽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고, 특정한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 매우 낮다”고 판시한 바 있다.
풍납토성은 지난 1997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 3월 서울, 인천, 경기 지역 문화재 연구거점으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신설됨에 따라 지난 9월부터 풍납토성 발굴조사 업무가 이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