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계해야 할 '탈원전 합리화'

성풍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공론화委 설문에 '탈원전' 추가

취지 넘어선 강행 의도로 보여

전국민 의견수렴 절차 거쳐야



지난 20일 3개월간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결과가 발표됐다. 건설재개 59.5%, 건설중단 40.5%라는 공론조사 의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에는 세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다. 첫째는 차이가 나더라도 근소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약 6대4의 큰 차이였고 둘째는 4번의 조사에서 회가 거듭될수록 지속적으로 건설재개 쪽과 건설중단 쪽의 차이가 커졌으며 마지막 셋째는 건설중단을 가장 강력하게 원하는 것으로 믿어졌던 20대·30대가 가장 큰 폭으로 처음 의견을 바꿔 건설재개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동안 원자력은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원자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적었다. 우선 원자력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 이유 때문에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가 생겨야 보도되고 원자력에 관련된 기고문도 대부분 중앙 언론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탈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소동은 원자력을 일반에게 소개하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됐다. 건설재개와 건설중단 사이의 큰 격차와 회를 거듭할수록 건설재개 쪽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 이유이다.


그런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결과 발표에 석연하지 않은 부분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것인가 아닌가를 숙의 과정을 거쳐 정부에 권고한다는 공론화위원회의 원래 임무를 벗어나 앞으로 원전을 축소할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확대할 것이냐는 의견을 묻는 설문을 추가했고 그 결과를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권고 다음의 두 번째 권고로 정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월권으로 보인다. 이번 과정에서 탈원전 여부에 관한 숙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탈원전 여부 문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로 전문가와 국회·국민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하는 별도의 심도 있는 의견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속 문제는 탈원전의 여러 세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독일·영국·스위스 같은 외국의 경우에서는 보통 10~30년 동안 열띤 토론과 수차례의 국민투표 등을 거쳐 결정한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기정사실화해 추진하는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공론화 활동결과 중 중요한 내용 한 가지가 이번 결과 발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 번째 권고인 ‘건설이 재개된 후 취해야 할 조치사항’ 중에서 ‘탈원전 정책 유지’가 불과 13.3%밖에 되지 않았으며 안전기준 강화(33.1%),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27.4%),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 마련(25.4%)보다도 적은 결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의 함의를 세 번째 권고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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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21일부로 끝났다. 그동안 정말로 열정적으로 이 활동에 참여했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시민참여단, 발표자, 토론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역사적인 일이었다. 이 활동의 결과로 자칫하면 건설이 영구히 중단될 뻔했던 신고리 5·6호기가 무사히 잘 지어져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원래 임무에 관계없는 설문을 근거로 우리나라 에너지 백년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합리화하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날 여러 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짧은 시간에 큰 업적을 이뤄낸 우리나라 원자력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이라는 위기를 잘 극복했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모범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성풍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전 한국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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