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될 노후 원전 11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언급한 월성 1호기는 당장 운명이 간당간당하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난 뒤인 2022년 11월이다. 그런데도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현 정부에서 조기 폐쇄하겠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안전 보강 등을 거쳐 한 차례씩 원전 수명을 연장해온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규제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을 검증받아 정해진 수명대로 돌리지 않고 조기 폐쇄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흡사 신고리 5·6호기 논란의 연장선을 보는 듯하다.
신규 원전 계획 전면 중단은 더 문제다. 이미 짓기로 결정한 6기가 해당된다. 원전의 비중은 전력수급 전망과 신재생에너지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 점차 줄일 필요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설계에 들어간 신한울 3·4호기와 부지 매입 중인 천지 1·2호기까지 백지화하는 것은 매몰 비용 부담은 물론 60년 공들여 쌓은 노하우와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석유와 원자력·신재생 등 각기 에너지원은 장단점이 있는 만큼 안정적이고 균형을 맞춘 전원 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공약과 반대로 결론 난 신고리 5·6호 문제에서 보듯 설익은 공약에 끼워맞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백년대계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