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사진) 바른정당 의원이 “개혁 보수의 뜻을 같이하는 분이라면 (대화는) 열려 있다”며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포함한 중도·보수 신당 구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는 유 의원은 “방해공작이 있어도 전대는 반드시 예정대로 치른다”고 힘줘 말했다. 유 의원이 대표로 선출될 경우 11월을 전후해 양당 통합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아 자유한국당 주도의 보수통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의 전제로 국민의당에 박지원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호남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게 나의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자유한국당 내 중도·보수 세력이 통합해야 한다”며 “개혁보수의 뜻을 같이하는 분이라면 대상이 국민의당이든 한국당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야당 내 반(反)한국당 연대로 강력한 대안 세력을 만들고 한발 더 나아가 대(對)정부·여당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그림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선결 조건으로는 대북정책 수정과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웠다. 유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을 버리고 특정 지역(호남)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통합 논의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 이후 유 의원이 통합의 전제로 국민의당 호남 중진인 박지원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유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동시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유 의원은 “내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간 일이 없다”며 “호남을 버리라는 표현을 쓴 적도 없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이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측면이 있지 않느냐”며 “이런 이유로 ‘안보·지역주의 문제는 통합을 이야기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유 의원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내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의원은 “보수 혁신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미래를 보며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탄핵당해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게 무슨 보수 혁신이냐. 이게 통합의 명분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김무성 의원을 두고는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이면 돌아갈 명분이 된다고 본다”며 “나와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또 “나는 내가 갈 길이 있고 그분은 그분의 갈 길이 있다”며 결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통합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자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와 만날 계획도 아직 없고 누군가의 탈당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안 대표든 누구든 우리가 가려는 길(중도보수)을 같이 가겠다면 그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대에서 당 대표에 선출되면 당을 지켜내고 진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