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북한 방정식

김희원 국제부 차장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장 경계할 나라는 어디일까. 여러 국가를 들 수 있겠지만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중국과 러시아만큼은 아닐 것이다.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서부 국경지대에서 실시하자 미국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긴장했던 것처럼 영토를 맞댄 나라들은 상대국으로 인한 영향력과 파장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강도 높게 반발해야 할 중국과 러시아가 되레 북한을 변호하는 현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방정식’의 백미라 할 만하다.


이는 열강의 집합소에서 완충지 역할을 해온 한반도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만일 중국이 홀로 북한을 좌지우지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직접 대립하는 형국이 된다. 남중국해 인근에서 중국 주변국들의 편에 미국이 서는 형태로 마주하는 현 태평양의 양상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입김을 극대화할 경우 숙원인 부동항을 확보하는 효과가 난다. 이 나라가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를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치르고 있는 대가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일본 역시 동해를 두고 중국 및 러시아와 직접 맞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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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북한 함수를 우리가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되레 중국은 무역보복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북한이라는 소재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한 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빌미로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벗어났고 관세보복 등도 무력화시켰다.

반면 우리 정부는 모종의 ‘딜’이 필요한 비즈니스맨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대북 대화 주도 카드를 고집하며 협상 테이블에서마저 밀려난 느낌이다. 북핵 6자회담 당시만 해도 의장국 중국에 북한을 관리하는 역할을 기대했던 국제사회가 중국 무용론을 확인하면서 점차 우리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음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다음은 EU·일본 등 주요국’이라던 미국의 무역 재협상 순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급부상했다. 주요20개국(G20) 회의 당시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통화스와프 등은 논의되지 않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도 추가 배치 쪽으로 한순간 급선회하며 중국 측의 보복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은 북한 방정식을 주도해갈 가장 큰 열쇠이자 복잡한 강대국들의 입장을 지렛대로 삼아 한반도 통일 및 정치·경제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어갈 최대 무기다. 전 세계 열강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글로벌 최고의 외교전에서 소속 정당의 당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한민족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명민하고 지혜로운 외교술이 절실해 보인다.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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