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임기를 4개월 가량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사퇴 수순을 밟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4일 무역협회는 김 회장이 이 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개최된 무역협회 이사회에서 사임의사를 표명하고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임기는 내년 2월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무역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회장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김 회장의 경우 2015년 2월부터 제29대 무역협회 회장을 맡았다. 무역협회 회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그만둔 경우는 구평회(22~23대) 전 회장 이후 처음이다. 구 회장의 경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 이후 회장에 선출된 김재철 전 회장은 잔여 임기 1년과 3년 임기를 다 채우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회장을 맡아 총 7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박근혜 정부 때 무역협회 회장을 맡은 김 회장은 최경환 의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와 경제기획원에서 최 의원의 선배이자 상사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경제수석과 보좌관으로 호흡을 맞췄고, 박근혜 정부에선 김 회장이 중장기전략위원회 공동민간위원장을, 최 의원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다.
김 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퇴를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를 비롯해 경제5단체의 위상이 과거만 못하다는 말이 많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등 불편한 관계가 지속 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추대된 인사라 알게 모르게 어려운 일이 많지 않았겠느냐”며 “고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회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은 통상 관료 출신이나 기업인이 맡아 왔다. 통상 무역협회 회장은 청와대에서 추천하면 40~50개로 이뤄진 무역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하는 형태로 임명된다. 이후 이사회 결의 및 총회 승인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