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24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이름의 시진핑 통치이념이 명기된 당장(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폐막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당장이 결의됨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내 결정권과 절대권력을 한층 공고히 하며 오는 2022년 이후 집권 연장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중국 공산당 당장에 지도자의 이름이 담긴 통치이념이 삽입된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이어 세 번째다. 시 주석 집권 2기(2018~2022년) 5년에 돌입하는 중국은 시진핑이 곧 중국을 의미하는 절대권력 시황제의 1인 천하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5년 만의 ‘개헌’급 당장 개정=중국 공산당은 지난 1921년 창당 이후 지금까지 당장에 최고지도자 이름을 두 차례만 허용했다. 1945년 7차 당대회에서 마오쩌둥의 사상이 당장에 삽입됐고 덩샤오핑의 개방과 실용주의 철학은 그의 집권 이후인 1997년 15차 당대회 때 비로소 그의 이름과 함께 당헌에 새겨졌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3개대표론(공산당이 자본가, 지식인, 광범위한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과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명칭으로 자신의 통치철학을 당장에 올렸다. 시 주석 집권 중반기에 열린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그의 이름이 명시된 통치이념이 당장에 포함된 것은 시진핑의 위상이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아닌 절대권력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당장 개정은 1982년 12차 당대회에서 덩샤오핑이 토대를 쌓은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아성을 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35년 만의 파격적 변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오 시대의 개인숭배와 권력집중제의 폐단을 실감한 덩샤오핑은 자신의 집권기에 당장을 개정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1인1표제로 중대사항을 결정하도록 한 민주집중제를 당장에 반영했지만 이번에 시 주석의 이름이 새겨진 통치철학이 당장에 포함되면서 시 주석의 당내 권한은 사실상 무소불위의 입지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이날 폐막 연설에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상과 정치·행동에서 당 중앙과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당 핵심인 자신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1인 천하 시진핑 2기 시대 개막=시진핑 사상이 개정 당장에 포함되면서 이번 당대회는 예상대로 시진핑 주석의 황제 대관식으로 귀결됐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 기간 중국 지도부는 시 주석 후계 지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차기 상무위원을 60대 인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출된 19기 중앙위원회에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뺀 18기 상무위원 5명은 포함되지 않아 모두 공산당 지도부 전통인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 원칙에 따라 물러나게 됐다. 이날 새로 뽑힌 중앙위원은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정치국원 25명과 상무위원 7명을 확정한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정치국원인 리잔수(67)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63) 상하이시 당서기, 왕양(62) 부총리, 자오러지(60) 중앙조직부장, 왕후닝(62)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상무위원에 내정됐다. 자오러지 부장은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부패청산의 칼자루를 쥐었던 왕치산의 뒤를 이어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인 자오 부장을 사정기관 수장 자리에 앉혀 집권연장을 위한 정치적 토대 닦기에 앞장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후진타오 집권기에 차세대 최고지도자 후보로 정해진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와 후춘화 산둥성 서기 구도가 백지화하면서 천민얼 현 충칭시 서기 등 새로 등장한 포스트 시진핑 후보들은 집권시점도 알 수 없는 무한경쟁의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한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중앙위원에 선출돼 시진핑 집권 2기에도 당분간 중국 외교 라인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