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가계부채대책을 통해 대출을 옥죄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 돈줄 차단으로 당분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숨 고르기는 불가피하겠지만 규제 강도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으로 별로 세지 않은데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대기 매수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정부의 가계부채대책 발표 직후 주요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앞으로 시장 동향에 대해 문의한 결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산정에 있어서 방향성만 제시된 정도이고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8·2부동산 대책보다 강도가 세지 않아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책이 분명 집값 하락에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매매 거래가 줄고 매매 의향이 있던 사람들이 임차 시장에 머물게 되는데 현재는 입주 물량이 많아서 임차 시장이 안정적인 편이지만 임차 시장이 불안정하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매매 값을 떠받치는 구조가 된다”며 “현재와 같이 거래는 많지 않더라도 시세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수요가 탄탄한 인기 지역은 강보합세를 보여 집값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출받는 환경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매수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강남은 재건축 이슈가 있고 늘 수요가 대기하고 있어 강보합세가 유지돼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도 “가격 조정 분위기가 강남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이 지역은 워낙 수요가 탄탄하고 지역적으로 재건축 이슈가 늘 있어서 진정 효과는 있을 수는 있어도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펠로인 이영진 반포114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강남은 실수요자,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자산이 많은 다주택자들의 매수 수요가 늘 있다”며 “다만 매도 의향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관망세 속에서 강보합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보다 수요가 덜한 강북권이나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많은 일부 수도권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 강남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추세적인 가격 하락과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 본부장은 “신 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은 가계부채 감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거래절벽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나아가 입주물량 증가와 다주택자 매물까지 합세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