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고양이는 민들레와 희롱할 때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박찬일 作

2515A38 시로여는 수욜




가장 좋은 일은 여태까지 일어나지 않았는데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고양이

그대는 민들레 대궁, 민들레 꽃

그대가 고양이면 내가 민들레 대궁, 민들레 꽃

고양이는 민들레를 툭툭 치고

민들레는 툭툭 맞는 민들레

고양이와 민들레가 희롱하는 것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


고양이가 민들레와 희롱하며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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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북하면 엄마 민들레가 생쥐 목소리를 냈을까? 자식들은 과년한데 중매쟁이 바람 잠잠하니 고양이 콧바람이라도 아쉬웠던 게지. 오죽 심심하면 서툰 성대모사에도 귀가 쫑긋했을까? 어리버리 수고양이가 민들레를 툭툭 친다. ‘아야 아야~’ 서너 대 얻어맞은 엄마 민들레가 ‘나 말고 꽃씨!’ 외친다. 고양이가 둥근 꽃차례에 원투펀치를 날리자 둥, 둥, 둥 꽃씨들이 떠나간다. 고양이와 민들레 사이 잡것은 없다. 잡것들은 의식하는 순간 점점 커지고 거만해져서 생각의 주인 노릇을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온순한 잡것이 된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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