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도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한다는데 이 지역(서울 강남구)의 다주택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괜찮은 매물은 이미 다 확보해둔 상태죠. 그들은 가격이 조정을 받아도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습니다. 물론 거래는 당분간 위축되겠지만 시세가 큰 폭으로 꺾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정형연 렉슬황금공인 대표)
“‘갭투자(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액으로 아파트를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법)’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학군 수요가 꾸준하게 있어 전세가가 받쳐주기 때문이죠. 게다가 신규 대출이 줄어 전세 시장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니 ‘갭투자’는 줄지 않고 아파트 매맷값 역시 쉽게 떨어지지 못할 겁니다.”(성북구 길음동의 장미영 부동산114 OK공인 대표)
정부가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으로 신규 대출 억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에 정통한 현직 공인중개사들로 구성된 ‘서경 부동산 펠로’들은 서울 집값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권은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탄탄해 집값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세입자의 월세로 금융비용을 감당하며 시장 및 정책 추이를 살피는 장기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북권에서도 전세 시장 불안정이 매매 값을 떠받치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값 상승의 한 축으로 여겨졌던 ‘갭투자’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늘어나는 입주 물량에 이번 대책까지 겹쳐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5일 ‘서경 부동산 펠로’는 10·24 가계부채대책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해 서울의 경우 가격 조정기를 거칠 수 있어도 큰 폭의 하락은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강남권은 실수요를 비롯해 투자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현재 활발히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주 수요 역시 집값 하락을 막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김시연 래미안114공인 대표는 “반포 지역은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이 많아 이번 대책의 여파는 없을 것”이라면서 “반포동 및 잠원동 등 서초구 주요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수요가 공급을 넘어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김효미 토마토공인 대표도 “다주택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추가 구매는 힘들어도 갖고 있던 매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들을 시장에 나오게 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이번 대책 이후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겠지만 강남권은 특히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북권 역시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펠로는 많지 않았다. 장미영 대표는 “현재 다주택자 10명 중 1명 정도가 내년 4월 이전에 집을 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강북권에서도 급등한 지역에서 시세가 하락할지는 몰라도 길음뉴타운의 경우 이상 급등은 없었기 때문에 큰 폭의 하락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번 대책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6·19, 8·2, 9·5대책 등 잇따른 정부 규제에 또다시 새 규제가 나와 수요자들이 크게 부담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입주 물량 증가가 시세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화성시 반송동(동탄신도시)의 박종식 세종공인 대표는 “이미 8·2대책 이후부터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면서 “내년 입주 물량이 2만 5,000가구라는 전망이 나와 전셋값도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입지 좋은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2,000만~3000만원씩 빠지고 내년 초 입주 예정인 아파트의 웃돈도 마이너스인 상태”라면서 “특히 분양권을 보유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타족’들은 추가 대출이 안 돼 매물을 정리할 것이고 동탄의 매매 시장은 점점 더 얼어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완기·박경훈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