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24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부유세 축소를 비롯한 일련의 세제개편으로 투자은행(IB) 출신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본격적인 친기업 행보에 나서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하원은 마크롱 정부가 지난 17일 제출한 2018년도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이 속한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는 하원의 과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부유세’에 해당하는 연대세(ISF) 부과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연대세 항목을 부동산 보유분으로 한정하고 요트·슈퍼카·귀금속 등 사치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좌파 성향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89년 연대세를 도입한 뒤 프랑스 정부는 130만유로(약 17
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보유액 대비 0.5∼1.8%의 세금을 부과해왔지만 이번 개편으로 연대세 부담이 70%까지 줄어들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연대세로 부유층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까지 줄었다며 연대세 축소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보조사 업체 뉴월드웰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프랑스를 떠난 백만장자(순유출)는 6만명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35만1,000가구에 연대세를 부과해 전체 세수의 2%에 못 미치는 50억유로가량을 거둬들였다.
자본이득과 배당금·이자에 대한 과세방식도 바뀐다. 기존 누진세율 대신 30%의 단일세율을 적용해 부유층의 부담을 줄였다. FT는 이 조치가 오래전부터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요구해온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 감세’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중산층을 위한 감세안도 포함했다. 앞으로 3년간 전체 가계의 80%까지 주택세를 내지 않도록 해 중산층에도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총 70억유로의 감세효과를 내는 한편 재정지출을 160억유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세제개편에 성공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마크롱이 자신의 첫 예산안을 통해 친기업 정책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유로존 2위 경제국인 프랑스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의 연대세 축소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데도 프랑스 정부와 여당이 감세안 통과를 강행하자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급진좌파 성향의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중도좌파 사회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유층에 조세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좌파 경제학자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마크롱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역사적 실수”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