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강 "밝은 소설 쓰려 했는데, 잘 안돼"

문학은 인간과 근원을 연결하는 다리

'소년이 온다'의 '소년'은 윤동주

‘채식주의자’ 등을 출간한 소설가 한강. /서울경제DB‘채식주의자’ 등을 출간한 소설가 한강. /서울경제DB


“채식주의자를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어둡고 날카롭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처음엔 그저 인간의 근원에 닿으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그 근원에 닿으려 하다 보니 어둡고 고통스러워졌습니다. 제 소설들을 통해 우리가 과연 이렇게 폭력과 아름다움이 섞인 인간과 세계를 사랑하고 껴안을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한강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윤동주와 나-무엇을 위해 쓰는가’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한강은 “문학은 마치 종교처럼 인간과 근원, 즉 초월적 존재를 연결하는 행위”라며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학살, 폭력을 바라보며 근원에 다가갈수록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구심과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본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첩을 언급하며 “학살당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 잔인한 폭력 현장 속에 헌혈하는 여고생의 사진이 있었다”며 “잔인한 폭력과 뜨거운 우정이 한 곳에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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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기념사업회의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업 사업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한강은 윤동주를 자신의 이상향으로 설명했다.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의 모델 역시 윤동주라고 했다. 그는 “윤동주의 자화상은 파란 하늘처럼 밝지만 그 시대적 배경 속에는 학살과 폭력이 있었다”며 “나 역시도 밝은 세계를 지향했지만 내면의 수수께끼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빛에 이를 수 없었다”고 되짚었다.

이 강연회는 연세대 학술정보원 도서대출기록을 토대로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동문 작가와 문화 예술인을 초청하는 자리로 정현종 시인, 김별아 소설가, 임찬상 영화감독, 김소희 연극배우 등이 앞서 연단에 올랐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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