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가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현상변경 안건을 재심의해 표결을 거쳐 부결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안건 심의를 보류한 뒤 소위원회를 구성해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 있는 천연기념물의 동물·식물·지질·경관 보고서와 행정심판 쟁점 사항 등을 검토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작년 12월 케이블카가 문화재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부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6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고 결정한 상황이어서 문화재청이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어 현상변경을 허가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위원회도 이날 심의를 마친 뒤 “행정심판은 구속력이 있어서 동일한 처분을 할 수 없다”면서 “문화재청이 행정 처분을 하더라도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행정심판은 단심제여서 법적으로 중앙행심위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며 “다만 사업을 언제 허가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문화재위원회가 지시한 문화재 영향 저감 대책을 수립한 뒤 현경변경을 허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이 설악산 케이블카 현상변경을 허가하면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거부한 전례가 거의 없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산 위 끝청(해발 1천480m) 사이에 길이 3.5㎞의 삭도를 놓는 것이 골자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는 오색과 끝청에 모두 56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양군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더라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산림청의 산지전용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