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 맞는 전략과 전술(Playbook)을 이해한다면 한국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곧 탄생할 겁니다.”
잉란 탄(사진) 인시그니아벤처파트너스 대표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아시아비트 서울 2017’ 주제연설을 마친 후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미국이나 중국의 성공 DNA를 이해하고 언어장벽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탄 대표는 최근까지 세쿼이아캐피털의 아시아 담당 총괄 벤처 파트너로 일하며 아시아 지역의 시장 분석과 투자를 총괄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1978년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된 애플에 투자를 한 데 이어 EA와 오라클·시스코·구글·유튜브·에어비앤비·인스타그램 등을 육성한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다. 탄 대표는 이곳에서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와 말레이시아 고젝 등을 발굴했다. 올 들어 인시그니아벤처파트너를 설립하고 2,500만달러 규모의 1차 펀드를 결성한 후 찾은 투자처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유니콘(평가액 1조 이상의 벤처기업) 기업이 탄생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도 ‘글로벌’에서 찾았다. 탄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 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에 안착하는 단계와 충분히 성장한 이후 활약하는 단계는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그 사이 글로벌 투자자를 만나 설득하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는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격차를 메우기 위해 한국의 스타트업과 세계를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스타트업은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과 뛰어난 직업 윤리를 지니고 있어 세계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탄 대표는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이 주목할 만한 화두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분야를 꼽았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이제서야 1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단계이고 일본은 해외에 진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체 내수 시장이 충분히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아시아 전체에서 볼 때 기술이 발달하고 해외 진출 수요가 큰 한국과 대만이 4차 산업 혁명 분야에서 활약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탄 대표는 다만 “비행기가 뜨려면 활주로가 필요하듯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면 지속성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4차 산업 분야 중 AI와 블록체인의 경우 산업의 초석을 까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예상보다 10배의 시간이 걸릴지라도 완성된 기술의 파급력은 10배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 대표는 이날 주제 연설에서 디지털 혁신 기업의 특징을 7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보다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점, 기존 시장의 중개자를 없애는 시도를 한다는 점, 서비스의 전파력을 고민한다는 점, 소비자의 개별 수요에 대응한다는 점 등이다. 그는 “스타트업이라면 목표와 서비스를 단순화하고 이에 집중해 속도를 내야 한다”며 “결정 과정에 군더더기가 있다면 전략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